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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9명이 1이닝씩” ‘야알못’ 사장의 발상과 LG 불펜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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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함덕주가 지난 12일 잠실 SSG전에서 6회 등판해 2이닝을 완벽히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 나이 이제 만 40살. 지난 리그 역사로는 ‘청소년기’를 보내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야구를 너무 모르는 인사가 구단 대표이사로 등장해 기상천외한 발상을 꺼내는 일이 있었다. 오랜 기간 무대를 지킨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오는 얘기들로, 당시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이라면 표정 관리부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되는 발언들이다.

그 중 한 구단 사장은 선수들이 한여름 무더위에 힘들어하자 더그아웃 앞에 ‘투명 커튼’을 치고 안쪽 공간에 고성능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더그아웃을 커튼으로 가리는 생각부터 현실 불가다. 다만 최근 여름이면 더그아웃에 이동식 에어컨을 두는 팀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그때 그 사장의 제안이 슬며시 참신해 보이기도 한다.

또 한 구단의 사장은 투수들이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보이자 매경기 투수 9명이 1이닝씩을 던지는 상상 속 투수운용법을 입에 올렸다. 투수들이 체력 안배에 대한 걱정 없이 1이닝씩만 확실히 막는다면 9이닝이 편안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얘기도 귀담아 들었을 현장 관계자는 없었다.

올시즌 LG 불펜진은 그 시절 그 사장의 황당한 발언을 다시 불러올 만큼 놀라운 레이스를 하고 있다.

LG는 지난 12일 잠실 SSG전에서 1-4로 패했다. LG는 선발 임찬규가 5이닝 8안타 1볼넷으로 4실점으로 물러난 뒤 함덕주-김대유-최동환이 릴레이 등판한 6회부터는 4이닝을 빈틈 없이 틀어막았다. 무안타 무실점 피칭 속에 볼넷 1개만 내줬다. 더구나 이정용-정우영-고우석 등 이른바 필승조가 등판하지 않은 경기였지만, 그렇게 뜨겁던 SSG 타선은 LG 불펜투수들을 마주하자 갑자기 얌전해졌다.

LG는 12일 현재 개막 이후 9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 0.23을 기록하고 있다. 38.2이닝을 던져 2실점(1자책)만 하고 있다. 불펜진의 피안타율은 0.171까지 떨어져 있다.

시즌 막판, 선발투수가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할 팀은 없다. 그래도 LG는 실제 그런 상황이 올 경우, 투수 9명이 9이닝을 막는 ‘상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보인다.

LG 불펜진에 대한 여러 생각이 덧붙여지는 것은, 경기의 앞문을 책임지는 선발진은 기대 이하의 레이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선발진은 개막 이하 평균자책 4.26으로 전체 꼴찌로 내려앉아 있다. 시범경기만 해도 페이스가 괜찮았던 데다 겨우내 몸관리도 잘해 ‘건강 이슈’도 없었던 임찬규와 이민호가 제몫을 하지 못하는 것이 팀 전체로 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임찬규는 이날 SSG전에선 1회 1사 1·2루에서 한유섬을 볼카운트 0-2로 몰아놓고도 한복판 직구를 던지다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보더라인 바깥쪽에 미트를 대고 있던 포수 유강남의 의도와는 다른 코스였다. 또 1-1이던 4회 2사 1루에서는 외국인타자 케빈 크론를 만나 볼카운트 2-0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손에서 완전히 빠지며 한복판 높은 쪽으로 밀려들어가 좌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임찬규는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잡아가는 투수는 아니다. ‘과정’이 중요한 투수다. 그런데 ‘과정’이 너무 나빴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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