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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헝 "언니, 태극마크 달고 같이 뛰자" 염혜선 "계속 뽑히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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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염혜선과 염어르헝은 배구로 맺은 가족이다. 국가대표 출신 '언니' 염혜선(왼쪽)과 몽골 출신 '동생' 염어르헝이 지난 6일 KGC인삼공사-페퍼저축은행전 종료 후 손바닥을 맞대고 있다. 광주=정시종 기자
 
 
 
 

"우리 언니,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염어르헝(18·페퍼저축은행)은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이다. 본명은 체웹란당 어르헝. 몽골에서 배구 유학을 온 염어르헝은 지난해 염혜선(31)과 자매가 됐다. 모교인 목포여상을 방문한 염혜선이 염어르헝을 보고선 부모님에게 입양을 설득했다. 어르헝의 귀화와 프로 입단을 돕고자 길을 터준 것이다.

염혜선은 "어르헝이 성실했고 성격도 좋았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뛰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여쭸는데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염혜선의 가족은 3대째 배구 집안이다. 염어르헝은 "입양 제의를 받고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다니, (염혜선이) 착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염어르헝은 9월 5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1순위에 지명됐다. 2008~09시즌 현대건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신인상을 수상한 염혜선은 "이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드래프트 전에 떨린다. 나도 어르헝과 함께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면서 "앞으로 더 힘들 텐데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며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염어르헝이 2일 열린 GS칼텍스전에서 블로킹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KOVO
 
 
 
 

배구로 인연을 맺은 자매는 지난 6일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만났다. 광주 페퍼스타티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 염혜선은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25일 흥국생명전에서 V리그에 데뷔한 염어르헝은 수술한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웜업존에 서 있었다. 염혜선은 "같은 경기장에서 선수로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매 맞대결이 쉽지 않은데"라고 했다. 염어르헝도 "한 체육관에 있으니 더 떨렸다. 경기에 뛰고 싶었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염어르헝도 스포츠 가족 출신이다. 아버지는 농구를 했고, 어머니 댐베렐 오란치맥은 몽골 농구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염어르헝은 "내가 농구하는 걸 엄마가 '몸싸움이 심하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네 키가 너무 아깝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취미로 배구를 시작한 그는 친구 샤눌과 함께 목표여상으로 배구 유학을 왔다.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째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후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염어르헝은 "몽골을 생각하면 더 가고 싶을 것 같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염혜선은 "독한 것 같다. 나 같으면 힘들어서 못 견딜 것"이라며 "어르헝이 한국말도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염어르헝은 주말에 목포 집도 방문한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가족들이) 너무 어색했는데 얼굴을 자주 보니 지금은 편하다. 정말 좋다"라고 웃었다. 염혜선이 "항상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낸다. 한 번도 먼저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 투덜대자 염어르헝은 "언니가 바쁠까봐"라며 미안해했다.

 

염혜선(오른쪽)과 염어르헝. 광주=정시종 기자
 
 
 


염어르헝의 가장 큰 장점은 1m94.5㎝의 신장이다. V리그 역대 최장신 국내 선수(종전 흥국생명 김연경·1m92㎝)에 등극했다. 염어르헝이 "2m까지 컸으면 좋겠는데 성장이 멈춘 것 같다"고 말하자, 염혜선(1m76㎝)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염어르헝은 한국말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올해 초 귀화시험에서 낙방한 터였다. 염혜선은 "귀화 시험이 정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험일에 막 떨렸다"고 회상했다. 결국 염어르헝은 지난 9월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이번에 떨어지면 1년 간 V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간절했다. 마지막 기회에 붙어서 정말 기뻤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존댓말 사용법이나 단체 생활은 아직 어렵다고 한다.

이제부턴 경쟁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배구를 늦게 시작했기에 배울 점이 많다. 세터 출신의 염혜선은 언니이자 스승이다. 염어르헝은 "언니가 다 알려준다. 스피드를 향상하고, 체력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요즘에는 (무릎 탓에) 보강 훈련과 재활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염혜선은 "높이와 힘이 좋다. 스피드와 경기 읽는 능력을 보완하면 된다"며 "프로 입단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고생길에 들어섰다. 얼른 성장해서 같이 코트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염어르헝의 롤모델은 김연경과 양효진(현대건설)이다. 최근 1라운드 맞대결에서 두 선수가 실제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가까이서 보니 진짜 멋있더라. 이전부터 (둘의) 실력은 알고 있었지만, 옆에서 보니 더 잘하는 것 같다"며 "나는 아직 부족하다. 일단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혜선의 2020 도쿄 올림픽 모습. 작은 사진은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염혜선의 왼 손바닥. 약지는 인대 파열 등의 부상 후유증으로 뼈가 튀어나와 있고, 새끼손가락 아래 수술 자국은 손등뼈 골절로 인해 핀이 박혀 있는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사진=FIVB
 
 
 
 

염혜선은 4강 신화를 이룬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세터였다. 염어르헝의 목표는 한국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둘이 함께 국가대표로 뛰면 좋겠다'는 말에 염혜선은 "상상하니 좋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나보다 키가 크지만, 배구를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매가 함께 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르헝이 그 아쉬움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국가대표는) 어르헝의 꿈이고, (자매가 함께 뛰고 싶은 건) 내 꿈"라고 말했다.

어르헝이 "대표팀에서 함께 뛰려면 언니가 오래 (선수로 대표팀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기량이 더 빨리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염혜선은 깜짝 놀랐다. 그는 "맞다. 그게 팩트다. 내가 없을 수도 있겠네"라며 "언니가 안 아프고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계속 뽑히도록 해볼게"라며 웃었다.

광주=이형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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