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장충=정시종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김연경은 올해 서른다섯이다. 전성기를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V리그에서 최고 기량을 자랑한다. 20일 기준으로 공격종합 1위(46.33%)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 득점 가운데 득점도 551점(전체 5위)으로 가장 많다. 벌써 은퇴하기에 너무 아깝다. 이번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김연경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 팀이 벌써 많다.
김연경이 직접 밝힌 은퇴 이유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경의 배구 열정과 욕심은 여전하다. 단순히 정점에 서 있을 때, 유니폼을 벗으려고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김연경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도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연경은 V리그와 터키, 일본 등 프로팀에서 13차례 우승했다. 올림픽에서 두 차례 4강 신화를 이끈 뒤, 대표팀 은퇴까지 결정했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뤘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표승주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글썽인 김연경. 올림픽공동취재단.
여기에 '적은 연봉'도 김연경에게는 별다른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프로에서 연봉은 곧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자존심이다. 김연경의 올 시즌 총 연봉은 7억원이다. 연봉 4억 5000만원, 인센티브 2억 5000만원의 조건이다. V리그 여자부 최고 연봉 1위다. 이 금액이 여자 선수가 한국 배구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이다.
김연경의 인기와 위상을 고려하면 너무 낮은 금액이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 공격수 출신으로, 해외 무대에서 2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김연경의 2022~23시즌 연봉 7억원은 2022년 KBO리그 최고 연봉 추신수(SSG 랜더스 27억원, 다년계약 김광현 81억원 제외)나 K리그 최고 연봉 김진수(전북 현대, 14억 70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성적과 흥행, 마케팅적 요소를 고려하면 '김연경 파워'가 전혀가 뒤쳐질 게 없다. 굳이 다른 종목과 비교하지 않고 V리그 남자부만 살펴봐도 김연경보다 연봉이 높은 선수가 5명이 넘는다.
김연경의 연봉이 7억원에 그치는 건 선수 연봉 상한액이 걸려 있어서다. 이번 시즌 여자부 샐러리캡은 23억 원(연봉 18억원+인센티브 5억 원)이다. 선수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은 샐러리캡 25%에 해당하는 4억5000만원과 인센티브캡 50%에 준하는 2억5000만 원을 합쳐 최대 7억원이다. 남자부에는 연봉 상한액이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여자부 구단이 관련 규정 제정을 요청했다"며 "한 선수가 너무 많은 금액을 갖고 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따로 언급이 없어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자부는 샐리리캡이 58억1000만원으로 여자부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여자부의 샐러리캡이 낮다 보니, 덩달아 선수 연봉 상한액도 낮은 것이다. 김연경이 2년 전 국내에 돌아올 당시엔 흥국생명과 연봉 3억 5000만원에 계약한 바 있다. 당시 이재영과 이다영을 데리고 있던 흥국생명은 샐러리캡 탓에 김연경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줄 수 없었다.
김연경도 앞서 "여자부와 남자부의 차이가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단들 생각이 다 다르고, 얼마의 예산이 있는지도 잘 모르기에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연경이 19일 GS칼텍스전 승리 후 동료들을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김연경을 붙잡으려면 더 많은 연봉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예능 등 외부 활동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김연경에게도 선수로 계속 뛸 동기부여와 명분이 필요하다.
V리그 시장성을 고려하면 당장 여자부 샐러리캡 확대는 쉽지 않다. 연간 1~2억 증액 수준에서 논의가 오간다.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특별조항을 참고할 만하다. MLS에도 샐러리캡이 있다. 2022년 기준 490만 달러였다. 이 제도 탓에 스타급 선수 영입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데이비드 베컴 이적을 계기로 일부 완화됐다. 팀당 3명의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에게만 연봉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티에리 앙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유럽 축구를 주름잡던 스타들의 미국행이 줄지었다. 김연경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V리그의 저변은 아직 얕다. 국제대회 호성적을 바탕으로 몇몇 선수에게 인기 의존도가 심하다. 김연경이 코트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울 뿐만 아니라, '김연경 키즈'의 등장을 유발해 한국 배구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 수도 있다.
2022~23시즌 V리그 매진은 모두 여자부에서만 나왔다. 총 15차례. 그 중 흥국생명의 경기가 14경기(2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 GS칼텍스-KGC인삼공사전 관중 3297명 매진)를 차지한다. 한국 배구는 아직 김연경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갑작스럽게 은퇴 카드를 꺼낸 김연경을 붙잡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형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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