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질 정도로 신경전이 벌어졌던 5차전. 패색이 짙어가던 9회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대역전극을 썼다. 그리고 3년 연속 월드시리즈(WS)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휴스턴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의 초반 기선은 텍사스가 잡았다. 텍사스는 지난 16일 휴스턴을 2-0으로 격파, 이튿날 또한 5-4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리며 월드시리즈(WS) 진출 가능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기세만 놓고 본다면 텍사스가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세에 몰려있던 휴스턴은 지난 19일 치열한 난타전 끝에 8-5로 승리하며 챔피언십시리즈 첫 승을 손에 넣었고, 전날(20일)에는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텍사스 마운드를 두들기며 10-3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행방이 결정될 수도 있는 5차전도 치열했다.
# 에이스들의 재격돌, 팽팽했던 마운드 싸움
양 팀은 지난 1차전 마운드에 올랐던 '에이스'들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텍사스는 '예비 FA'로 주가가 치솟고 있는 조던 몽고메리, 휴스턴은 부동의 에이스 '금강불괴' 저스틴 벌랜더를 내세웠다. 이들은 지난 1차전에도 마운드에 올라 2점 차의 전의 경기를 만들어낸 바 있었던 만큼 투수전이 예상됐고, 경기는 그대로 흘러갔다.
경기 초반의 흐름은 휴스턴이 잡았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휴스턴 알렉스 브레그먼은 1B-1S에서 몽고메리의 3구째 92.9마일(약 149.5km)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브레그먼이 친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선취점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2회 카일 터커-채스 매고믹-제레미 페냐로 이어지는 타선을 모두 땅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더니 3회에도 뜬공 1개와 땅볼 2개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탄탄한 투구를 뽐냈다. 그리고 4회에는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브레그먼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냈고, 요르단 알바레즈-호세 알투베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순항했다.
첫 위기도 잘넘겼다. 몽고메리는 5회 시작부터 터커에게 안타를 내주고, 2루수 마커스 세미엔의 포구 실책 등으로 인해 1사 1, 2루의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몽고메리는 마틴 말도나도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기습번트를 시도한 알투베까지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금강불괴'의 투구도 경기 초반 군더더기가 없었다. 벌랜더는 1회부터 마커스 세미엔-코리 시거-에반 카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봉쇄, 2회에도 무결점 투구를 뽐내며 '퍼펙트 행진'을 선보였다. 벌랜더는 3회 미치 가버에게 볼넷, 요나 하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세미엔-시거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묶어내며 1점차의 리드를 지켰고, 4회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몽고메리와 마찬가지로 벌랜더도 한차례 일격을 당했는데 5회였다. 벌래더는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이트 로우에게 던진 5구째 95.4마일(약 153.5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당했다. 로우가 '툭'하며 친 타구는 101.4마일(약 163.2km)의 속도로 뻗어나가기 시작,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을 실점 없이 묶어내면서 5회까지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 5억 달러(약 6765억원) 듀오가 들었다 놨지만, 가르시아의 한 방!
1-1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6회 다시 균열이 생겼다. 휴스턴은 6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알렉스 브레그먼이 볼넷, 요르단 알바레즈가 안타를 쳐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치명적인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5회 1억 7500만 달러(약 2367억원) 세미엔에 이어 지난 시즌에 앞서 10년 3억 2500만 달러(약 4397억원)의 계약을 맺은 시거였다.
1, 3루 찬스에서 호세 아브레유가 친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는데, 이 타구는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는 코스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시거의 글러브에 맞고 튄 공이 중견수 방면으로 빠져버린 것. 아브레유의 타구가 강하긴 했지만, 시거가 처리하지 못할 타구는 아니었던 만큼 텍사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고, 휴스턴 입장에서는 천금같은 적시타였다.
이날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로 각각 한차례씩 아쉬움을 남겼던 세미엔-시거 듀오는 이를 제대로 만회했다. 텍사스는 역전 점수를 내준 뒤 1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텍사스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조시 스보츠를 투입했고, 스보츠는 첫 타자 맥코믹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후속타자 페냐와 맞붙었다. 이때 세미엔이 날아올랐다.
페냐의 타구는 유격수-2루수 사이를 꿰뚫을 것처럼 보이는 안타성으로 보였는데, 세미엔이 다이빙 캐치를 통해 안타를 지워냄과 동시에 이닝을 매듭짓는 '호수비'를 펼치며 5회 실책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역전 점수를 허용하는 빌미를 마련했던 시거가 이번에는 자신의 실수를 제대로 만회했다.
7회말 선두타자 세미엔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시거가 벌랜더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쳐내며 텍사스가 동점 찬스를 손에 넣었다. 이 기회를 텍사스는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어지는 찬스에서 카터가 연속 안타를 쳐 1, 3루 찬스를 잡았고, 후속타자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벌랜더를 상대로 리드를 되찾는 역전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벌랜더가 던진 초구 95마일(약 152.9km)의 포심 패스트볼.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찔렀던 만큼 실투가 아니었다. 하지만 가르시아가 노림수를 제대로 가져갔고, 108마일(약 173.8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세미엔의 호수비, 시거의 안타로 분위기를 조금씩 가져온 결과는 최고의 성과로 이어졌다.
5회까지 1실점으로 역투했던 벌랜더는 5⅔이닝 4실점(4자책)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게 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더그아웃과 그라운드 구분짓는 난간을 손바닥으로 밀어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벤치클리어링 이후 바뀐 경기의 흐름
텍사스는 몽고메리가 5⅓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스보츠가 큰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한는 등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필승 공식'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텍사스는 8회 아롤디스 채프먼이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데 이어,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4개를 남기고 '마무리' 호세 르클락을 투입했다.
르클락은 채프먼이 만들어 놓은 8회초 2사 2루의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8회말 양 팀의 선수들이 격돌했다. 휴스턴의 브라이언 아브레유가 던진 초구 98.9마일(약 159.2km) 초구가 가르시아의 오른쪽 팔뚝을 강타했는데, 가르이사가 포수 말도나도에게 분노를 표출하면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가르시아는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친 뒤 너무나도 오래 타구를 지켜보고, 홈을 밟는 과정에서도 세리머니를 했던 것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던 모양새. 결국 심판진들은 합의판정 끝에 아브레유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이에 격분해 항의하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 또한 경기를 끝까지 지휘하지 못하고 벤치를 떠나게 됐다. 그리고 가르시아 또한 퇴장 조치됐다.
그런데 이 벤치클리어링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됐다.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3개가 남은 시점에서 휴스턴은 야니어 디아즈, 존 싱글턴까지 두 명의 대타를 투입했고, 각각 안타와 볼넷을 얻어내 득점권 찬스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알투베가 르클락의 2구째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힘껏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하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텍사스는 9회말 공격에서 가버와 하임이 연속 안타를 쳐 1, 2루 기회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더이상의 변수는 없었다. 휴스턴은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가 실점 위기를 극복해냈고, 2패 이후 3승을 달리며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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