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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은 물론 심판진까지, 모두가 고민거리를 떠안았다

드루와 0

 



경기를 치른 두 팀은 물론 경기를 진행한 심판진까지, 김천 실내체육관에 있던 모든 이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IBK기업은행이 28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2(22-25, 21-25, 25-19, 25-21, 15-13)로 꺾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개막 후 나란히 3연패를 기록하며 첫 승이 절실했던 팀들 간의 대결답게, 코트 위에는 양 팀의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간절함과는 별개로, 냉정하게 봤을 때 양 팀 모두 경기 내용은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먼저 홈팀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이번 경기에서도 날개 공격수들의 베스트 조합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 경기에서 김종민 감독은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을 아포짓에 위치시키고,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전새얀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로 기용했다. 이전 경기였던 현대건설전과 같은 라인업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했다. 부키리치는 왼쪽 전위에서 직선 공격을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직선과 대각 사이는 블록으로 막고, 대각에는 황민경이나 신연경이 디거로 서는 IBK기업은행의 수비 전술이 준수하게 통했다. 부키리치의 대각에 선 전새얀 역시 5점·리시브 효율 8.33%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전새얀과 교대로 코트를 밟은 고의정은 여전히 리시브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가하면 타나차는 자신의 주 포지션인 아포짓에서 괜찮은 공격력을 발휘했지만, 리시브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김종민 감독은 개막 후 다양한 날개 조합을 시험해보고 있다. 부키리치·문정원·타나차가 아포짓 자리를 돌아가며 맡았고, 전새얀·고의정·신은지도 날개에서 번갈아가며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1라운드의 반환점을 돈 지금, 누가 아포짓에 서고 누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는 것이 최선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본격적인 반등을 노릴 수 있다.

승리한 IBK기업은행 역시 경기 내용에는 만족하기 어려웠다. 한국도로공사의 페이스로 흘러갔던 1-2세트에 IBK기업은행의 공격 옵션은 지나치게 한정적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들과 미들블로커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는 1세트에 공격 점유율 67.65%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했다. 황민경-표승주는 도합 1점에 그치며 아베크롬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는커녕 짐을 더 얹어버렸다. 

1세트 종료 후 김호철 감독의 ‘폭풍 피드백’이 이어진 덕분인지, 아베크롬비의 공격 점유율은 2세트 들어 28.21%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그 점유율을 대신 가져간 표승주(2세트 공격 점유율 41.03%)의 공격 효율이 18.75%에 그쳤다는 것이었고, 결국 2세트 역시 한국도로공사의 승리로 끝났다. IBK기업은행의 세터들은 승리를 위해 점유율을 분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득점을 올리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됐다. 다행히 최정민이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표승주가 경기 후반에는 제몫을 다하며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지만, 자칫하면 셧아웃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 외에도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여전히 불안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도중 폰푼에게 패스의 속도를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IBK기업은행이 폰푼을 선택하면서 구상했던 최고점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폰푼의 경기 운영에 공격수들이 템포를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간이 약이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버리면 이미 순위표 상단에 IBK기업은행의 자리는 없을 수 있다.

이 경기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것은 양 팀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풀어가야 할 심판진과 감독관의 경기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두 차례나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먼저 1세트에는 24-22로 한국도로공사가 앞선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영수 주심이 폰푼의 오버네트를 지적했고, 김호철 감독이 네트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판독 결과는 노터치였다. 이에 남영수 주심은 세트 종료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은 “방금 판독 화면상으로 폰푼의 손에 공이 닿지 않았다”며 권대진 부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긴 시간이 소요된 끝에 세트 종료 선언이 번복되고 24-22에서의 리플레이가 선언되자 이번에는 김종민 감독이 거센 항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리플레이가 확정됐다. 그러자 김종민 감독은 블로커 터치아웃에 대한 추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판독 결과 터치아웃이 선언되며 1세트는 다시 한국도로공사의 25-22 승리로 끝났다. 한국도로공사는 1세트를 두 번 따내고, IBK기업은행은 1세트를 두 번 내주는 어이없는 상황이 생긴 것.

비디오 판독으로 인한 경기 지연은 3세트 17-17에서 한 차례 더 발생했다. 타나차의 공격 범실이 나오자 김종민 감독은 네트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핵심은 타나차가 때린 공이 볼 데드된 시점이 먼저인지, 블로커 최정민의 네트터치가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이었다. 또 한 번 긴 시간이 지났고, 이명희 경기위원은 확인 불가를 선언했다. 김종민 감독은 권 부심에게 또 한 번의 항의를 이어갔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아무리 중계사의 카메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해 비디오 판독을 한다고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은 경기위원·심판위원과 부심이 해야 한다. 또 판독 이후의 전반적인 경기 운영 및 코칭스태프들과의 소통은 주-부심을 중심으로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최근 남녀부 양쪽에서 비디오 판독 과정과 판독 이후의 소통에 대한 불만사항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관계된 모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를 마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떠안게 됐다는 점은 승리한 사람들도, 패배한 사람들도, 그들의 경기를 관장한 사람들도 모두 같았다. 배구 팬들의 응원과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각자의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진_KOVO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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