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예상대로였다.
'축구의 신'이 '8롱도르' 신화를 달성했다. 발롱도르를 다시 한 번 수상하며 지구촌 축구 선수 중 최고임을 입증했다. 발표 직전 주최사인 '프랑스 풋볼'이 "소문에 속지 말라"며 입단속을 당부했으나 시상식장에 나타난 주인공은 결국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였다.
메시가 생애 8번째 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메시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한 해 세계 축구 선수들 중 가장 활약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텔레비전 화면이 메시와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PSG))를 동시에 비추는 가운데 사회자가 호명한 이는 메시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그는 세계적인 축구스타이자 메시가 현재 뛰고 있는 구단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이 주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미소를 지었다. 홀란 등 시상식장에 입장한 모든 이들이 기립 박수로 '축구의 신' 수상을 축하했다. 메시는 왼손 엄지를 치켜드는 이른바 '따봉'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마침 이날은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또 다른 세계적인 축구스타이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의 생일이어서 메시의 수상이 더욱 큰 의미를 띠게 됐다. 메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지도하던 마라도나와 한솥밥을 먹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승 뒤 마라도나를 부르짖으며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라며 헌사한 적이 있다.
메시는 단상에 오른 뒤 "마라도나가 원한대로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의 생일을 축하하게 됐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며 "당신이 어디에 있든, 디에고, 생일을 축하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마라도나는 지난 2020년 11월25일 별세했다.
한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주거니 받거니하며 발롱도르를 양분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메시는 어느 덧 이 상을 8번째 수상하며 5번 수상을 기록한 호날두를 훌쩍 제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발롱도르는 최종후보 30명을 뽑은 뒤 이들을 대상으로 전세계 미디어에 투표권을 부여해 최종 결정된다. '표심'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라는 세계 축구사 최고의 충격패에도 불구하고 이후 경기들에서 아르헨티나를 전승(결승 프랑스전 승부차기 포함)으로 이끌어 기어코 트로피를 품은 메시의 수상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메시는 앞서 22살이던 지난 2009년 당시 소속팀인 FC바르셀로나의 '트레블(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라리가·스페인 국왕컵)'을 이끌면서 생애 처음으로 발롱도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상이 합쳐져 공동 수여되던 'FIFA-발롱도르'에서는 2010년과 2011년, 2012년 등 3차례 더 연속으로 상을 타 2009년까지 합치면 발롱도르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5년에도 'FIFA-발롱도르'를 한 번 더 탔다.
그리고 발롱도르와 FIFA와 결별한 뒤에 이번까지 3번 더 수상한 셈이 됐다.
메시는 4년 공백기를 거쳐 지난 2019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복귀해더니 이후 격년으로 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 샤틀레 극장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메시는 2년 뒤인 올해 2023년 수상자로 다시 호명됐다.
첫 트로피를 받을 때 22살의 혈기 넘치던 청년이 이제 36살의 원숙미 넘치는 '리빙 레전드'로 변신했다.
메시는 그야말로 축구계를 통틀어 실력은 물론이고 스타성과 인성, 지속성 등에서 역대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16일, 17세 3개월 22일의 나이로 같은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에스파뇰과의 원정 경기에서 성인 무대 데뷔를 이룬 메시는 이른바 '티키타카'로 상징되는 바르셀로나 축구의 핵심으로 올라서면서 세계 축구계를 휩쓸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공식전 778경기 672골을 넣으며 라리가 10회, UEFA 챔피언스리그 4회 등 총 34개의 트로피를 품은 메시는 지난 2021년에 유소년 시절 포함 20년 가까이 지내던 친정팀을 떠나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했다. 이어 PSG에선 2년간 75경기 32골을 터트리면서 리그1 2회, 프랑스 슈퍼컵을 1회 더 수상하고 지난 여름 축구 신대륙인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럽을 떠나 새로운 축구 인생을 황혼기에 개척하는 셈인데 MLS에서도 메시는 메시였다. 최하위권 인터 마이애미에 도착하자마자 연일 골폭풍을 일으키면서 입단 한 달 만에 북중미 리그스컵 우승 일등공신으로 활약, 미국을 '메시 홀릭'에 빠트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의 수천억 연봉 제의를 거절하고 미국에서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낭만 축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면서 축구팬들이 메시에 더욱 빠지는 계기가 됐다.
인터 마이애미로 가기 전 유력 통신사가 그의 알힐랄 이적이 확정됐다고 보도해서 화제를 일으켰으나 메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축구를 하고 싶고, 가족들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미국을 선택했다. 그의 미국 진출은 3개월이 지난 지금 신의 한수로 불릴 정도다.
메시는 베컴 이후 미국에서의 축구 붐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 역시 발롱도르 표심이 메시에 보다 기울게하는 이유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해 겨울엔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까지 품었다.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이후 수 차례 비디오판독(VAR)으로 골이 취소된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1-2로 졌을 때만 해도 메시의 월드컵 불운이 다시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사실상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메시는 달랐다. 멕시코와 폴란드를 각각 2-0으로 연파하며 16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호주와 네덜란드, 크로아티아를 잡아내며 결승에 오르더니 프랑스와의 마지막 격돌에서 3골씩 주고받는 명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이겼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우승 한가운데에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패해 생애 첫 월드컵 골든볼(MVP)를 품고도 씁쓸하게 시상식장에서 내려왔던 악몽을 딛고 월드컵을 들어올렸다. 이어 카타르 월드컵 우승의 감격이 차츰 사라져 가는 2023년 10월 발롱도르를 따내며 축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한편, 강력한 도전자 홀란이 2위를 차지한 가운데 3위는 프랑스의 카타르 월드컵 결승행 주역이 됐던 킬리안 음바페(PSG)에게 돌아갔다. 케빈 더 브라위너, 로드리(맨시티) 등 맨시티의 2023/24시즌 트레블 주역들이 각각 4위와 5위에 올라 홀란과 함께 톱5 안에 드는 기쁨을 누렸다.
김민재의 순위도 눈에 띈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발롱도르 선정에서 30명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민재는 22위를 차지,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이상 맨시티)를 각각 25위와 30위로 따돌리고 수비수 중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프랑스 유력지 '레키프'는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에 오른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라며 "현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며 순위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재에 앞서 2002년 당시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설기현과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손흥민이 2019년과 2022년 2차례 발롱도르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 축구 명성을 높였다. 지난해 손흥민이 차지했던 아시아 선수 최고 순위 11위엔 이르지 못했으나 22위라는, 나쁘지 않은 순위로 자신이 왜 유럽 축구계에서 주목받는 수비수인가를 알렸다.
이밖에 발롱도르 여자 부문은 스페인의 올해 여자월드컵 우승 주역인 아이타나 본마티(FC바르셀로나)가 차지했다.
21세 이하 선수들 중 최고의 선수에 수여하는 코파 트로피는 잉글랜드 초신성으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 트로피'는 카타르 월드컵 토너먼트 2차례 승부차기에서 맹활약했던 아르헨티나 문지기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가 받았다.
◆ 2023 발롱도르 최종 순위
1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아르헨티나)
2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노르웨이)
3위 킬리안 음바페(PSG·프랑스)
4위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벨기에)
5위 로드리(맨체스터 시티·포르투갈)
6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브라질)
7위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아르헨티나)
8위 빅터 오시멘(SSC나폴리·나이지리아)
9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포르투갈)
10위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크로아티아)
11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집트)
12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폴란드)
13위 야신 부누(알 힐랄·모로코)
14위 일카이 귄도안(바르셀로나·독일)
15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아르헨티나)
16위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프랑스)
17위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SSC나폴리·조지아)
18위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잉글랜드)
19위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잉글랜드)
20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아르헨티나)
21위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프랑스)
22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대한민국)
23위 안드레 오나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카메룬)
24위 부카요 사카(아스널·잉글랜드)
25위 요슈코 그바르디올(맨체스터 시티·크로아티아)
26위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독일)
27위 니콜로 바렐라(인터밀란·이탈리아)
공동 28위 랑달 콜로 무아니(PSG·프랑스), 마르틴 외데고르(아스널·노르웨이)
30위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포르투갈)
사진=연합뉴스, 프랑스풋볼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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