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가 숙원을 풀었다. 38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신은 5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7차전(7전 4승제)에서 오릭스 버펄로스에 7-1로 이겼다. 4승 3패를 기록한 한신은 1985년 이후 38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오사카·고베·교토가 포함된 간사이 지역 팀들끼리 치른 59년 만의 일본시리즈는 한신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시리즈 MVP는 7차전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치카모토 고지에게 돌아갔다.
오카다 아키노부(66) 한신 감독은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 지바 롯데 마린스에 4전 전패를 당했고, 2008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15년 만에 다시 한신 사령탑에 오른 오카다 감독은 센트럴리그 우승에 이어 일본시리즈까지 제패했다. 1985년 우승 당시 선수였던 오카다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신은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아오야기 고요, 오릭스는 2차전에 등판했던 미야기 히로야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는 3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 초 한신은 1사 1·2루에서 쉘든 노이지가 미야기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3점포를 터트려 리드를 잡았다.
5회엔 한신의 집중타가 터졌다. 사카모토 세이시로의 중전안타, 치카모토의 연속 안타 이후 나카노 다쿠무가 병살타를 쳤으나 비디오 판독을 통해 2루에서만 아웃되면서 이닝 종료를 피했다. 오릭스는 선발 미야기를 내리고 히가 모토키를 올렸으나 실패했다. 모리시타 료타가 8구 승부 끝에 히가의 포크볼을 쳐 1타점 좌전 안타를 날렸다. 오야마 유스케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1점을 추가했고, 노이지가 다시 적시타를 쳐 6-0을 만들었다.
오카다 감독은 방심하지 않고, 독하게 나섰따. 5회 말 2사 1·2루에 몰리자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아오야기 대신 시마모토 히로야를 올렸다. 시마모토는 무네 유마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불을 껐다. 6점 차인 6회에 보내기번트를 지시하기도 했다. 한신은 구원투수진의 연이은 호투에 이어 9회 모리시타의 쐐기타까지 터져 여유있게 앞섰다.
9회 2사에는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에 오른 좌완 이와사키 스구루가 도아게 투수(헹가래 투수·우승을 확정짓는 장면에 등판하는 투수)로 나섰다. 이와사키는 돈구 유마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고마윈 곤잘레스에게도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한신 선수들은 2019년 뇌종양으로 은퇴했고, 올해 7월 사망한 동료 요코타 신타로의 유니폼을 들고 함께 우승을 축하했다. 오카다 감독은 "어제 져서 3승 3패가 돼 마지막까지 왔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고맙다"고 말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내년에 바로 우승에 도전하겠다. 오늘은 우승이라고 했지만, 내일부터는 '그것(아레)'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착안해 명확한 목표(Aim)를 세우고, 야구와 선배에 대한 존중(Respect)을 잊지 않으며 더욱더 파워업(Empower)하자는 의미의 'A.R.E'란 캐치프레이즈를 세운 한신은 마침내 '그것'을 해냈다.
한편 한신 우승으로 오사카부 경찰은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도톤보리강에 축하할 일이 생기면 다이빙을 하는 전통이 있다. 한신 팬들은 1985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KFC 매장의 '커넬 샌더스' 인형을 강탈해 던지졌다. 이후 침체기가 길어지자 '커넬 샌더스의 저주'란 말이 생기고, 2009년엔 급기야 강 바닥에서 인형을 건지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 9월 한신의 센트럴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경찰의 경계망을 뚫고 20여명의 팬들이 몸을 던졌다. 1000여명의 경찰이 출동해 경계를 섰지만 소용 없었다. 이날도 한신이 크게 앞서자 경찰 병력이 일찌감치 도톤보리로 이동했다.
기사제공 중앙일보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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