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자신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부른 은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첼시 감독과 적으로 마주한다.
토트넘과 첼시는 오는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3-24시즌 리그 11라운드를 통해 맞붙는다. 홈에서 런던 라이벌을 맞이하는 토트넘은 옛 감독 포체티노와 재회로 더욱 특별한 감정을 가질 맞대결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에 전성기를 안겼던 지도자다. 2013년부터 6년간 토트넘을 지도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빅6 반열에 올려놓았다. 토트넘이 갈구하는 트로피는 들지 못했어도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과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후보에 역량을 과시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을 젊은 팀으로 변모시켰다. 부임 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손흥민을 영입한 것도 포체티노 감독의 수완이다. 이전부터 손흥민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2015년 레버쿠젠에서 영입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손흥민,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조합을 완성하며 향후 DESK 커넥션을 앞세워 무서운 토트넘을 완성했다.
물론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안착은 다소 시간이 걸렸다. 프로 데뷔 시점부터 꾸준하게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터라 프리미어리그는 생소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손흥민은 상당한 고충을 경험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처음 도전했던 2015-16시즌에는 4골에 그치면서 애를 먹었다. 불과 한 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접으려는 생각도 했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년을 보내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려고 했던 이야기는 잘 알려져있다. 실제로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가 손흥민 영입을 위해 토트넘이 레버쿠젠에 지불했던 이적료를 준비하기도 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원금 회수와 동시에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크게 지지했다. 그리고 잔류를 설득시키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8년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을 통해 "포체티노 감독이 나를 격려해줘 남게 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내게 오프더볼 상황에서 움직임을 많이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인 손흥민은 두 번째 시즌부터 확 달라졌다. 첫 시즌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개선한 손흥민은 14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폭격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이뤄낸 건 마이클 오언, 로멜루 루카쿠, 제이미 바디, 로비 킨 등이 있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을 넘어 올 시즌에도 10골 이상 넣을 게 분명해 보이는 페이스라 사디오 마네, 티에리 앙리의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손흥민은 2021-22시즌에는 페널티킥 하나도 없이 23골을 리그에서 넣으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토트넘에서만 9시즌을 뛰고 있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11골을 넣으면서 역대 공동 24위에 올라있다. 앞으로 한 골 한 골 추가할 때마다 순위는 가파르게 오른다. 23위 이안 라이트(113골)가 눈앞에 있고, 21위인 스티븐 제라드(120골)와도 차이가 크지 않다.
올 시즌에는 손흥민의 영향력이 더욱 대단하다.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득점에 날개를 달았다. 손흥민은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아스날전 멀티골, 리버풀전 선제골, 풀럼전 득점에 이어 이날까지 줄줄이 득점하며 8골을 폭발하고 있다.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고 있는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강한 신뢰를 보여준다. 연이은 득점 행진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윙어로 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는 것 같다"면서 "손흥민이 훌륭한 피니셔라고 항상 생각했다. 또 손흥민은 움직임도 굉장하다"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계속 활용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측면보다 중앙이 더 복잡하지만 손흥민은 영리하다. 충분히 최전방 공격수로 뛸 능력이 있다"며 "수비를 생각해도 앞에서 손흥민이 압박하는 것으로 우리의 수비가 시작된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였고 효과가 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원톱으로 끝까지 정진할 게 분명해졌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공격수 영입에 대한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케인 이적 공백이 사라져선지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케인이 떠나고 더 잘하고 있다.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듯이 손흥민도 진정한 공격수로 진화하고 있다"며 "손흥민은 지난 시즌보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더 많이 만지고 있다. 스트라이커로 잘 뛰고 있다"고 칭찬했다.
영국 '기브미스포츠'의 딘 존스도 "손흥민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잘 하고 있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히샤를리송도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의 활약에 많은 의구심이 있지만 토트넘이 스트라이커를 영입할 것이라는 이적 시장 계획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했다.
히샤를리송의 득점력 감소가 지속된다면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매 경기 누빌 가능성이 크다. 히샤를리송 외에는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안배 속에 최전방을 누빌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도 포체티노 감독 시절처럼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개막 후 10경기 연속 무패로 1위를 유지했다. 자연스럽게 무관 탈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장인 손흥민에게 우승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물을 정도다. 물론 손흥민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해본 바 아직은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고 할 수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라며 "매 경기 승점 3을 획득하는 것만 생각한다. 시즌 후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다. 열심히 하고 결과를 기대하겠다"라고 들뜨지 않았다.
그러나 토트넘이 첼시까지 넘어선다면 선두 질주에 순풍을 달 전망이다. 현재 첼시는 3승 3무 4패로 12위에 머물러 있다. 토트넘이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들 수 있다. 반대로 첼시는 포체티노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고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나지 않는다. 첼시 입장에서는 토트넘 원정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손흥민은 첼시가 반드시 막아야 할 대상이다. 포체티노 감독도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 손흥민이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 환상적인 선수고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한 명"이라고 제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을 막는 건 내가 아니다. 우리 센터백이 막아야 한다"라고 웃으며 "우리 상대로는 훌륭한 밤을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이 적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9년 11월 토트넘을 떠난 뒤 파리 생제르맹을 지도했다. 이 기간 토트넘과 상대하지 못했다. 올여름 첼시 지휘봉을 잡고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손흥민과 재회가 이뤄졌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조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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