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LG 캡틴' 오지환에겐 우승 다음으로 기다려왔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잠실=최문영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작년만 해도 리스트에 롯데와 무관한 선수가 1명 있었다. 이대호가 빠진 올해, 현역 선수 톱5가 모두 롯데와 관계되 선수로 채워졌다.
KBO리그 최다경기 통산 1위(2237경기)인 박용택(전 LG)은 데뷔 시즌인 200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다.
통산 2위 강민호(2233경기·삼성)는 아직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최다경기 수 1위 현역 선수다. 2017년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끈 뒤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적 첫해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후 삼성이 깊은 침체기에 빠져든 상황.
그리고 올해 NC가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역스윕(승승패패패)으로 무너지면서 손아섭(1974경기)은 리스트 2번째에 그대로 남게 됐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5차전. 5회초 1사 3루 손아섭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올해 타격왕(3할3푼9리) 최다안타왕(187개)을 동시 석권하며 부활한 그는 "젓가락 들 힘이 없어도, 응급실에 실려가는 한이 있어도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선언했다.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4할2푼8리(21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NC는 한국시리즈 목전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지난해까지 이 부문 톱5에는 이대호(전 롯데·1972경기)와 오지환(LG·1750경기)이 포함됐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은퇴했고, 오지환은 올해 LG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롯데 시절 강민호(오른쪽)와 전준우. 스포츠조선DB
그렇게 현역 선수 3~4위는 전준우(1616경기)와 정훈(1290경기·이상 롯데)으로 바뀌었다.
원클럽맨인 이대호와 전준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정훈도 2006년 현대 2군에서 데뷔 시즌을 보냈을 뿐 롯데에서만 14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강민호와 손아섭도 지금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한때 롯데를 대표했던 부산의 슈퍼스타들이다.
지난 6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LG 오지환과 임찬규는 2년전 첫 우승을 맛본 상대팀의 박경수(KT)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박경수는 2003년 LG에 입단, 2014년까지 이들과 함께 뛰었다. KT 이적 후 한동안 하위권에서 고전했지만, 오히려 LG보다 먼저 한국시리즈에 올라 MVP까지 수상한 그다.
이대호(오른쪽)의 은퇴식에서 정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세 사람의 기쁨을 누구보다 씁쓸하게 바라볼 선수가 있다. 지난해 겨울 LG에서 롯데로 이적한 유강남이다.
이대호와 오지환이 빠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현역 선수' 리스트를 새롭게 채운 그다. 2011년 입단 후 12년간 몸담았지만, 하필 유강남이 팀을 옮기자마자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유강남은 "아쉽지 않으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내년에는 롯데가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강남은 1151경기로 정훈에 이어 5위다. 이로써 현역 선수 톱5가 모두 롯데 또는 롯데 출신 선수로 채워졌다.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3회말 2사 1,2루 롯데 유강남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롯데는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팀 중 우승한지 가장 오래된 팀이기도 하다. 마지막 우승이 염종석이 이끈 1992년이다. 벌써 31년의 세월이 지났다. 롯데 다음으로 오래된 팀이 바로 LG(1994)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펠릭스 호세가 뛰었던 1999년이다. 21세기에는 단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도 단 2번 (2011 2012) 뿐이다.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꺾은 직후 주형광의 포효는 올해까지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순간이다. 그 주형광이 투수코치로 돌아온 2024시즌, 롯데는 흑역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1999년, 현재까지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의 순간 주형광. 스포츠조선DB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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