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박진섭(가운데)이 백승호, 설영우와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홍현석. /사진=대한축구협회
박진섭.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홍현석(24·KAA헨트)이 결국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했다. 홍현석을 대신해 뜻밖의 대표팀 승선이라는 영광을 안은 주인공은 수비수 박진섭(28·전북 현대)이었다. 박진섭은 과거 3부 리그에서 뛰다가 성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4위)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FIFA 랭킹 155위)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을 치른다. 이어 21일 오후 9시에는 중국 선전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을 상대로 2차전에 임한다.
한국 축구가 2026 월드컵을 향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 경기다. 아무래도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전력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이기 때문에 한국의 낙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악재가 발생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미드필더 홍현석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오전 "홍현석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수비수 박진섭을 대체 발탁했다"면서 "박진섭은 지난 15일 밤에 대표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현석은 지난 15일 공식훈련을 앞두고 좌측 정강이 부위에 불편함을 느껴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검진 결과 좌측 경골에 미세한 피로골절이 발견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운동이 가능한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로 골절 초진의 경우에는 초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무팀의 판단이 있었다. 이에 더 큰 부상을 예방하고자 휴식 부여 차원에서 제외를 결정했다"면서 "홍현석은 싱가포르전 참관 후 소집해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속팀 KAA헨트에서의 홍현석. /AFPBBNews=뉴스1
홍현석(왼쪽)과 오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인터뷰하는 홍현석. /사진=대한축구협회
홍현석은 올해 처음 A대표팀에 발탁돼 주목받은 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홍현석은 울산 현대 유스인 현대고 출신으로 2018년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하지만 울산에 입단하자마자 독일 3부 SpVgg 운터하힝으로 임대를 떠나며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유소년팀에서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어 홍현석은 2018~2019시즌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오스트리아 리그의 LASK 린츠 산하 구단 FC 유니오즈를 거쳐 2020년 LASK 린츠로 완전 이적했다. 2021년 10월에는 알라쉬케르트(아르메니아)와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A조 3차전에 선발로 출장, 전반 35분에 LASK 린츠 이적 후 자신의 데뷔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명문 LASK 린츠에서 맹활약을 펼친 홍현석은 지난 2022~23시즌을 앞두고 벨기에 KAA 헨트로 이적했다. 당시 이적료는 약 150만 유로(약 21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로 추정됐다. 홍현석은 헨트로 이적한 뒤 오스트리아 리그 시절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KAS 외펜과 2022~2023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 11라운드에 선발로 출장, 유럽 무대 진출 후 첫 멀티 골까지 터트리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홍현석은 연령별 대표팀에도 부름을 받으며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2014~2016년 한국 U-17 청소년대표팀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U-23 대표팀에 합류, AFC U-23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1일 2022 아시안게임 중국과 8강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고 기뻐하는 홍현석. /사진=뉴시스 제공
중국전에서 활약한 홍현석(가운데). /사진=뉴스1 제공
그런 홍현석을 주목한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는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가 직접 홍현석이 뛰는 경기를 관전하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월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홍현석은 지난 6월 페루와 친선 경기에서 교체로 출장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9월에는 유럽에서 열린 웨일스와 친선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장해 후반 16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후 홍현석은 아시안게임 일정으로 인해 웨일스전만 소화한 뒤 중국 항저우로 이동, 황선홍호에 합류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힘든 일정 속에서도 홍현석은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전반 18분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슈팅을 상대 골문에 꽂으며 재능을 뽐냈다. 아시안게임 3골과 함께 금메달을 품에 안은 홍현석은 지난달 튀니지 및 베트남과 친선 경기를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 클린스만호에 합류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홍현석은 이번 대표팀 소집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병역 혜택에 따른 유럽 빅리그 이적에 관해 "예전부터 유럽 5대 리그가 목표였다. 물론 병역 혜택을 받았다고 좋은 리그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면서 "저도 벨기에에서 많이 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더욱 높은 리그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현석은 또 "수비가 많이 부족하다. 3선 낮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 관여하는 부분에서도 발전해야 한다"면서 "어렸을 때는 독일 3부리그에서 뛰었다. 익숙한 만큼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물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진섭(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진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진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11월 A매치 명단에서 중앙 수비 자원으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현대)까지 3명만 소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에 대해 앞서 "월드컵 예선 명단은 23명만 등록할 수 있다. 전방 공격수 3명이 좋고,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센터백에서 뺐다"면서 중앙 수비 자원을 적게 뽑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당초 3명밖에 없었던 중앙 수비수 라인에 박진섭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생긴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으로는 중앙 수비수를 골고루 기용하며 체력 안배를 꾀할 수 있는 상황. 박진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금메달 사냥에 기여했다. A대표팀에 발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쓰고 있는 박진섭이다. 184cm, 80kg의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박진섭은 전주공고를 졸업한 뒤 2017년 당시 내셔널리그(3부 리그 격, 현재는 사라짐)의 대전 코레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어 2018시즌을 앞두고 K리그2의 안산 그리너스로 이적한 뒤 2020시즌에는 대전 하나 시티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박진섭은 이후 2022시즌에 앞서 전북 현대에 입단, 한 시즌 내내 전북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다. 총 33경기에 출전해 2골까지 넣은 박진섭은 K리그1 베스트11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올 시즌에도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9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올리며 전북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결승전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진섭이 이번 싱가포르 및 중국과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결전을 앞두고 "중요한 시작이다. 월드컵 예선은 상당히 길다. 시작을 잘해야 한다"면서 싱가포르의 전력에 관해 "싱가포르는 절대 약팀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가서 직접 관전했지만, 라이언 시티(싱가포르 클럽)가 전북을 꺾었다. 우리 대표팀에 주는 경고라 받아들였다. 좀 더 진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에는 역습과 세트플레이에서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선수 분석은 다 마친 상태"라며 방심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줬다.
15일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진섭(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 축구 대표팀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 명단(23명)
▶ 공격수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 미드필더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 아인), 이재성(마인츠),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 수비수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박진섭, 김진수(이상 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 골키퍼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기사제공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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