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키움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전경.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에 대해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러나 '좌타 거포' 오타니 쇼헤이(29)도 꺼리는 홈구장은 걸림돌이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17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 영입을 노리고 있지만, 좌타자가 어려움을 겪는 홈구장 오라클 파크가 장애물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오타니는 이번 빅리그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스페셜 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1위)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1위) 장타율 0.654(1위) OPS 1.066(1위),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가장 많이 쓰이는 팬그래프(9.0)와 베이스볼 레퍼런스(10.0) 기준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이에 오타니는 17일 결과가 발표된 아메리칸리그(AL) MVP 투표에서 투표인단 30명에게 모두 1위표를 받으며 역대 20번째 메이저리그 만장일치 MVP가 됐다. 2년 전에도 1위표를 독차지했던 오타니는 이로써 역대 최초로 2번 이상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에도 최고의 FA라고 할 수 있다. 마운드 복귀 시점은 미정이지만, 타격 성적만 놓고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계약 규모(9년 3억 6000만 달러)와 필적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선수 한 명만 영입하면 15승 투수와 40홈런 타자를 동시에 영입하는 효과가 있는 오타니를 향해 여러 팀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는 샌프란시스코도 포함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17년 말 오타니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할 때 최종 후보팀에 들어 미팅을 가질 정도로 일찌감치 관심을 가졌다. 또한 지난 오프시즌에서도 최대어였던 저지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던 만큼 자금력 또한 충분하다.
오라클 파크의 구조.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오타니의 샌프란시스코행을 가로막고 있는 건 바로 홈구장 오라클 파크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이곳은 특이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좌측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가운데가 평평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며 타 구장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좌측 폴대쪽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가 2.4m로 평범하지만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또한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들어온다.
짧지만 너무도 높은 오른쪽 외야 담장, 여기에 역풍까지 불면서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났다. 실제로 MLB.com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올해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뉴욕 포스트는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에게 어려운 곳이다. 오타니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뛴다. 그렇기에 홈구장도 판단 요인 중 하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우측 외야 펜스 바깥 맥코비 만에서 홈런볼을 줍기 위해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렇듯 '홈런왕' 오타니도 꺼리는 오라클 파크의 구조는 같은 좌타자인 이정후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 타구 속도와 빠른 발을 자랑하는 오타니와 비교하면 냉정히 이정후는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오라클 파크의 좌타자 2루타, 3루타 파크 팩터는 높은 편이지만 이는 넓은 외야로 인해 홈런이 될 타구가 담장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만큼이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선수다. 이정후의 경기를 보기 위해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해 경기를 지켜보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한 에이전트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그 한 타석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정후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정후는 그곳에서 슈퍼스타였고, 그를 스타 선수처럼 대우하는 팀에게 계약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의 타격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는 그만큼 이정후가 KBO 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뒤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타자들이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갈 때 장타력이 하락한다. 그나마 강정호(전 피츠버그)가 20홈런 이상을 쳐냈을 뿐, 한국에서 4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박병호(전 미네소타, 현 KT)나 이대호(전 시애틀, 은퇴) 등은 힘겹게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는 데 그쳤다. 거포라고 할 수 없는 이정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적응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2017년 황재균(KT)가 뛰었던 만큼 한국 선수 관리에 대한 경험이 있다. 또한 올 시즌 종료 후 새로 영입한 밥 멜빈 감독도 이정후의 연착륙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지난 2년 동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을 맡았던 멜빈 감독은 김하성(28)을 빅리그 골드글러브 내야수로 만들도록 도와준 인물이다.
이정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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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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