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리오넬 메시가 보기 드문 멱살잡이로 논란이 된 가운데, 그의 행동에는 후배들의 선 넘은 도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헨티나는 17일(한국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알베르토 호세 아르만도에서 열린 2026 월드컵 남미 예선 5라운드 우루과이와의 맞대결에서 0-2로 패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경기 전까지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무려 6년가량 무패 행진을 유지 중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패한 것은 무려 2017년 7월 볼리비아전 0-2 패배가 마지막이었다. 이번 남미 예선에서도 4연승 행진 중이었는데, 우루과이에 발목을 잡혔다. 이번 패배에도 아르헨티나(승점 12)는 우루과이(승점 10)에 순위를 밀리지 않고 1위 자리는 유지했다.
반면 우루과이는 지난달 브라질을 홈에서 2-0으로 완파한 것에 이어 남미 양강 아르헨티나를 적지에서 역시 2-0으로 눌러 2026 월드컵 다크호스로 일찌감치 급부상했다. 남미예선 3승1무1패(승점 10)로 2위에 올라섰다. 차기 월드컵이 남미와 시차가 같은 북중미에서 열리기 때문에 남미 팀들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우루과이는 전반 41분 선제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영에서 공을 잡은 나우엘 몰리나가 상대팀 수비수 마티아스 비나의 압박에 공을 뺏기며 실점 상황을 연출했다. 비나의 크로스는 낮고 빠르게 아르헨티나 문전 앞으로 날아갔고,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위치했던 로날드 아라우호가 이를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반격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 메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감각적인 왼발 킥으로 시도했으나 볼이 크로스바 맞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만회골을 노리던 도중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메시의 볼을 빼앗아 역습 감행하던 델라크루스가 하프라인에서 질주하던 누네스에 빠르게 볼을 뿌렸고 이를 잡은 누네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문지기 마르티네스의 다리 사이로 오른발 슛을 쏴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분전에도 불구하고 후반 막판까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우루과이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 선발 출전한 메시는 지난 10월 페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다만 페루전과 달리 이날 경기에서 메시가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메시는 지난 10월 A매치 페루전에서는 홀로 2골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반면 이날은 득점 없이 침묵했다.
오히려 득점 대신 메시의 행동이 논란이 됐다. 메시는 전반 20분 상대 미드필더 마누엘 우가르테와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폴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를 말리며 올리베라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메시의 멱살잡이를 보고 "퇴장이었어도 할 말이 없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의 이번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밝혀 화제가 됐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 스포츠는 17일 "메시는 우가르테가 데폴에게 한 외설적인 행동을 지적했다"라고 보도했다.
TyC 스포츠는 "메시는 월드컵 예선 5차전 전반전 당시 우가르테가 데폴에게 한 외설적인 행동을 언급했다"라며 메시의 인터뷰를 전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이런 종류의 게임,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나는 내 생각을 더 말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라며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우가르테의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적했다. 메시는 "젊은 선수들은 선배로부터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오랜 라이벌 경기는 항상 강렬하고 거칠지만, 항상 많은 존경심을 받기도 한다. 그들은 좀 배워야 한다"라며 우가르테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비판헸다.
다만 메시가 지적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메시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투지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경기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강했고, 피지컬이 좋고 빠른 선수들도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경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의 경기력 때문에 우리도 속도를 내고 리듬에 휩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메시는 상대 감독 마르셀로 비엘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루과이를 맡고 있는 68세 비엘사 감독은 지난해 2월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사임한 뒤 1년 공백기 끝에 지난 5월 우루과이 대표팀에 취임한 그는 지난달 브라질, 이번달 아르헨티나는 연달아 2-0으로 따돌리는 지도력을 선보였다.
메시는 비엘사에 대해 "어떤 감독인지 알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포함해 모든 대표팀과 구단에서 그의 손길을 볼 수 있다. 그는 좋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가 질 차례였다. 이것도 다 테스트이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잘 추스르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비엘사에 대한 칭찬과 반등을 다짐했다.
한편 메시는 충격적인 패배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지가 계속되고 있기에 오는 22일 9시 30분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에서 열리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활약이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도 최근 콜롬비아 원정에서 0-2로 져 승점 7로 10개국 중 5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브라질은 지난 달 홈에서 베네수엘라와 비기더니 우루과이 원정에서 0-2로 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어 콜롬비아 원정에서도 참패하며 남미 예선에서 2연패 늪에 빠지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달 우루과이전에서 다친 간판 스타 네이마르는 인대 부상으로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브라질 축구 성지 마라카낭에서 격돌하는 가운데 두 팀이 사력을 다해 싸울 것으로 보인다. 메시 입장에서도 브라질과 라이벌전에서 맹활약하고 승리를 챙기면 우루과이전에서 살짝 구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팬들은 메시의 우루과이전 아쉬운 하이라이트를 확인하고도 "그의 속도는 사라졌을지라도, 몸을 사용하는 방식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36세의 선수임에도 한두 명이 그를 막지 않는다. 그가 공을 잡으면 4, 5, 6명이 그의 주위에 있다", "메시가 은퇴하면 아르헨티나는 끝난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팬들의 믿음과 함께 브라질전을 앞둔 메시가 이번 우루과이전 여러 논란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브라질전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도 큰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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