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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cm 미들블로커 최정민, '블로킹 1위'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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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3년 차 미들블로커, 선배들 제치고 블로킹 1위 등극



높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승부를 겨루는 배구는 신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다. 특히 네트 중앙에서 속공과 블로킹을 책임지는 미들블로커는 신장이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2022-2023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몽골 출신의 염어르헝(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 짧은 구력에도 배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 역시 염어르헝이 196cm라는 V리그 역대 가장 큰 신장을 가진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V리그 7개 구단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미들블로커는 대부분 180cm 이상의 큰 신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나 정호영(정관장 레드스파크스)처럼 190cm에 달하는 선수들도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가 177cm의 신장으로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레이나는 이주아와 김채연 등 주전들의 부상 때문에 '임시'로 미들블로커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하지만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190cm의 양효진(세트당 0.86개)과 정호영(세트당 0.77개)을 제치고 블로킹 1위에 올라 있는 선수의 신장은 190cm는커녕 180cm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교 시절엔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갔던 선수로 본격적으로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지는 3년 차에 불과하다. 179cm의 크지 않은 신장으로 미들블로커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최정민이 그 주인공이다.

날개 공격수로 프로에 입단했던 최정민


 

▲  고교 시절 날개 공격수로 활약하던 최정민은 프로 입단 후 미들블로커로 기회를 잡았다.
ⓒ IBK 기업은행 알토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의 블로킹 부문은 그 어떤 시즌보다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2006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1989년 2월생 한수지(GS칼텍스 KIXX)는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부문 1위에 오올랐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배유나와 정대영(GS칼텍스)도 나란히 세트당 0.7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비롯해 통산 12번의 '블로킹 여왕'에 올랐던 V리그 역대 최고의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세트당 0.74개로 4위에 올랐다. 그리고 양효진의 오랜 대표팀 파트너였고 이번 시즌부터 흥국생명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수지가 세트당 0.69개로 5위를 기록했다. 블로킹 부문 상위 5명 중에서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베테랑들의 선전은 대단했지만 미들블로커의 세대교체를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은 블로킹 부문 6위부터 10위 사이에 집중돼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나이(2002년 12월생)가 어리고 가장 신장(179cm)이 작은 선수가 바로 블로킹 부문 9위(세트당 0.54개)였던 기업은행의 최정민이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최정민의 개인성적이 크게 돋보였던 것도 아니고 기업은행도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기 때문에 최정민은 그저 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들블로커 유망주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최정민은 한봄고 2학년 시절이던 2019년부터 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전국대회 3관왕을 견인했을 정도로 고교 무대에서는 알아주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좋은 신장과 공격력을 가진 고교 에이스들 대부분이 그렇듯 최정민 역시 고교 시절 서브리시브를 면제 받았지만 그만큼 확실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2020-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김지원(GS칼텍스)과 이선우(정관장)에 밀려 전체 3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됐다.

최정민이 프로에 입단했을 당시 기업은행에는 김수지와 김희진으로 구성된 노련하고 경험 많은 미들블로커 듀오가 있었다. 그렇다고 최정민이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베이징 BAIC 모터)를 제치고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할 수도 없었다. 2021년 3월 12일 GS칼텍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라자레바 대신 출전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3득점을 올린 것이 최정민이 루키 시즌에 선보였던 유일한 활약이었다.

기업은행의 핵심 미들블로커로 맹활약


 

▲  최정민은 이번 시즌 블로킹과 유효 블로킹 모두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최가은(도로공사스)이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최정민은 2021년 컵대회에서 미들블로커로 출전해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V리그 개막 후 레베카 라셈(ASP 테티스)의 백업으로 활약하던 최정민은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가 달리 산타나로 교체되면서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김호철 신임 감독이 공격력 강화를 위해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이동시키고 최정민을 미들블로커로 중용한 것이다.

2021-2022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116득점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자리잡은 최정민은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227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시즌 중반에는 전문위원회 추천자격으로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해 정관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친동생 최효서 리베로와 합동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배구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팀을 떠났고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로는 각각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와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지명했다. 양쪽 날개의 공격력이 강해지고 세터진의 경험을 더한 반면에 김희진의 수술과 김수지의 이적으로 중앙의 위력은 크게 약해졌다. 바꿔 말하면 기업은행의 미들블로커 라인에서 최정민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기업은행의 간판스타 김희진이 지난 2월 무릎수술을 받은 이후 아직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최정민은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간판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36.7%의 공격성공률은 미들블로커로서 만족하기 힘들지만 세트당 0.87개의 블로킹은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최정민은 유효블로킹(우리 팀의 공격으로 연결되는 블로킹)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74개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일 현재 10경기에서 4승 6패, 승점 11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아베크롬비와 폰푼,황민경이 가세하며 전력보강에 성공했다는 평가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아직 '김희진의 복귀'라는 중요한 카드가 남아있다. 2010년대 리그 정상을 다투던 미들블로커 김희진이 컨디션을 회복해 이번 시즌 폭풍성장한 최정민과 콤비를 이룬다면 기업은행의 전력은 또 한 번 큰 폭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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