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보다 중요한 양심' 호날두, 전반 2분 만에 얻은 PK 판정 스스로 번복

호날두(알나스르). 서형권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반 2분 만에 얻은 페널티킥(PK) 판정이 잘못됐다고 시인해 판정을 번복시켰다.

28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사우드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5차전을 치른 알나스르가 페르세폴리스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알나스르(승점 13)는 조 2위 페르세폴리스(승점 8)와 격차를 5점으로 유지하며 1위를 확정지었다.

알나스르에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을 거두면 조 1위를 확정지어 ACL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아무리 16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어도 이날 페르세폴리스에 졌다면 16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반 2분 만에 얻어낸 PK는 더욱 소중했다. 호날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한 차례 슈팅한 뒤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공을 탈취하려 했고, 이를 소로시 라피에이가 저지하려고 태클했다. 호날두는 박스 안에서 그대로 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PK를 선언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당연히 페르세폴리스 선수들은 주심에게 달려가 PK가 아니라고 항의했다. 그런데 넘어졌던 호날두도 바로 일어나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주심에게 다가갔고, 페르세폴리스 선수들을 지나치는 주심에게 말을 걸어 PK가 아니라며 판정을 번복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호날두가 상대 선수의 태클 때문이 아닌 스스로 넘어진 것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고, PK는 취소됐다.

결과적으로 호날두는 양심도 지키고 팀 16강 진출도 지켰다. 알나스르는 전반 17분 만에 알리 라자미가 상대 선수 밀라드 사를락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어 종아리를 가격했고, 주심은 라자미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알나스르는 수적 열세에도 페르세폴리스의 공세를 잘 견뎌냈고, 0-0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권을 획득했다.

호날두는 올 시즌 알나스르에서 죽지 않은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우디 프로 리그에서는 14경기 만에 15골을 넣으며 득점 1위에 올라있고, ACL에서도 4경기 3골로 순항하고 있다. 그만큼 득점왕 경쟁에 욕심이 있을 법도 했지만 호날두는 자신이 얻어낸 PK를 스스로 반대하는 모습으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