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황희찬. /AFPBBNews=뉴스1
황희찬. /AFPBBNews=뉴스1
황희찬(27·울버햄튼 원더러스)이 올 시즌 리그 8호골을 터트리며 팀의 연패 탈출 일등공신이 됐다. 9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과 단 한 골 차이다.
울버햄튼은 6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에서 번리를 1-0으로 꺾었다. 황희찬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버햄튼은 연패를 끊었다.
어느새 리그 8호골이다. 황희찬은 번리전 전반 42분 절묘한 속임 동작과 깔끔한 마무리로 울버햄튼에 앞서가는 골을 안겼다. 수비수가 슈팅을 막으려 몸을 날렸지만, 황희찬은 침착하게 상대의 박자를 뺏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세리머니를 즐겼다.
단연 경기 최우수 선수(MOM)는 황희찬이었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사무국은 경기 후 팬 투표를 통해 이날 MOM을 황희찬으로 선정했다. 83.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위는 다니엘 벤틀리(6.4%)였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도 황희찬의 손을 들어줬다. 7.8점으로 이날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황희찬은 득점 1회를 비롯해 슈팅 2회, 터치 45회, 패스 16회 등을 기록했다. '소파스코어'는 결승골을 기록한 황희찬에 평점 7.2를 줬다. 호평 일색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도 평점 7.2를 주며 황희찬의 활약을 조명했다.
이미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선 손흥민을 맹추격했다. 둘은 국가대표팀 동료이자 프리미어리그 동료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국가대표팀 공격진에서도 매 경기 호흡을 맞추는 원투펀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선의의 경쟁자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올 시즌 토트넘 공격에서 핵심 중 핵심인 손흥민이다. 해리 케인(전 토트넘·현 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을 메우며 스트라이커로 맹활약 중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9호골로 프리미어리그 전체 득점 3위다.
세리머니하는 황희찬. /AFPBBNews=뉴스1
황희찬. /AFPBBNews=뉴스1
황희찬은 번리전 득점으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14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0골), 손흥민 다음이다. 올리 왓킨슨(아스톤빌라·8골), 재러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8골)이 황희찬의 현 경쟁자다.
이날 울버햄튼은 스리백으로 나섰다. 공격 진영에는 파블로 사라비아,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24), 파블로 사라비아(31)가 포진했다. 미드필더에는 우고 부에노(21), 주앙 고메스(22), 마리오 르미나(30), 넬송 세메두(30)가 위치했다. 스리백은 토티 고메스(24), 크레이그 도슨(33), 맥스 킬먼(26)이 책임졌다. 골키퍼는 다니엘 벤틀리(30)가 맡았다.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울버햄튼은 풀럼과 아스널전을 연달아 패하며 다소 분위기가 침체 되어 있었다. 승격팀 번리는 프리미어리그 복귀 시즌에 고전 중이다. 최근 7경기 중 6번을 졌다. 직전 경기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이 유일한 승리였다.
패배를 의식이라도 한 듯 두 팀은 초반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좀처럼 공격 기회가 나오질 않았다. 탐색전이 이어졌다.
황희찬의 몸은 가벼웠다. 23분 황희찬은 단독 돌파 뒤 사라비아에게 패스를 건넸다. 사라비아는 이를 슈팅으로 마무리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측면 공격수 사라비아가 울버햄튼의 초반 공격을 이끌었다. 수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번리도 맞불을 놨다. 라인을 높게 올려 울버햄튼을 강하게 압박했다. 울버햄튼은 번리의 견제에 고전했다. 좀처럼 짧은 패스가 이어지질 않았다. 발이 빠른 측면 자원으로 공간을 만들어봤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롱볼로 공을 번번이 잃기 일쑤였다.
전반 중반 분위기는 번리가 가져갔다. 37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다. 울버햄튼 수비수 고메스가 상대 압박에 실책을 범했고, 번리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스(34)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울버햄튼 골키퍼 벤틀리가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상대의 연속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경기 분위기를 뒤집은 건 황희찬이었다. 42분 절묘한 선제골로 울버햄튼에 리드를 안겼다. 울버햄튼은 번리 수비진까지 강하게 압박해 공을 빼앗았다. 빠른 공격 전개가 빛났다. 사라비아와 쿠냐가 빠르게 황희찬에게 공을 연결했다. 수비가 정돈되기 전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맥스 킬먼(오른쪽)과 포옹하는 황희찬. /AFPBBNews=뉴스1
황희찬. /AFPBBNews=뉴스1
부쩍 침착성이 발전한 황희찬이다. 상대 수비진이 순간 황희찬에게 시선이 쏠렸다. 슈팅을 시도하려 하자 몸을 날렸다. 황희찬은 절묘한 페이크로 상대 수비를 날렸고,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었다. 슈팅은 예리하게 왼쪽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리그 8호골로 앞서나갔다. 전반전은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만회골이 절실한 번리가 후반 초반부터 강하게 나왔다. 울버햄튼은 내려서서 번리의 공격을 받아쳤다. 번리는 울버햄튼의 진영까지 공을 빠르게 전개했지만, 무딘 마무리로 기회를 헌납했다.
신 스틸러는 황희찬이었다. 7분에는 동료와 패스 플레이로 번리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드리블 돌파 후 패스까지 건넸지만, 공의 속도가 살짝 약했다. 14분 황희찬은 강한 피지컬까지 선보였다. 상대 수비와 몸싸움에서 이기며 공을 뺏어냈다. 이어 수비까지 제치는 데 성공했지만, 번리 선수들이 남은 공간을 급히 메웠다.
울버햄튼은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번리의 공세를 늦추려 오히려 공격을 시도했다. 측면 공격수 사라비아가 번리를 계속 흔들었다. 과감한 슈팅으로 번리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쿠냐도 힘을 냈다. 31분 강한 중거리 슈팅을 날려봤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번리는 경기 막바지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 숫자를 늘려 울버햄튼의 골문을 노렸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선제골을 지키려 라인을 확 내렸다.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1-0으로 끝났다. 황희찬의 득점이 울버햄튼을 연패 수렁에서 건져냈다.
풀럼전 득점 후 황희찬(가운데). /AFPBBNews=뉴스1
황희찬 풀럼전 득점 후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울버햄튼은 이날 승리로 15경기 5승 3무 7패 승점 18로 12위가 됐다. 번리는 여전히 강등권이다. 2승 1무 12패 승점 7로 19위다. 다음 경기에서 강등권 탈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17위 루턴 타운도 같은 날 아스널에게 지며 승점 9 17위에 머물렀다.
'황소' 황희찬의 시즌이다. 초반부터 매서운 골 감각을 뽐내며 울버햄튼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황희찬은 2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헤더로 1호골을 신고했다.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2호골을 넣었다. 어느 때보다 빠른 득점 페이스였다.
심지어 강팀들을 상대로도 골맛을 봤다. 지난 9월 리버풀과 경기에서 황희찬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안겼다. 다만 경기 후 마냥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이 골을 넣은 세 경기에서 모두 졌다.
지난 시즌 트레블(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맨체스터 시티에도 일격을 가했다. 황희찬은 10월 맨시티와 경기에서 후반 22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빛났다. 사전 인터뷰에서 펩 과르디올라(52) 감독은 황희찬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듯 그를 '코리안 가이'라고 지칭했다. 황희찬은 진한 인상을 남기며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을 시원하게 맞받아쳤다.
이어진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황희찬은 후반 8분 페드루 네투(23)의 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호골을 완성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득점 약 2분 뒤 실점하며 1-1로 비겼다.
까다로운 상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는 6호골을 작렬했다. 황희찬은 팀이 1-2로 밀리던 후반 17분 오른쪽 측면을 허물며 문전으로 다가가더니 강한 슈팅을 시도하려는 듯 다리를 크게 벌렸다. 수비수는 이를 막으려고 몸을 날렸고, 황희찬은 침착하게 공을 발 앞으로 잡아뒀다. 빠른 박자로 슈팅을 마무리하며 골키퍼 하단을 정확히 뚫었다. 황희찬의 득점에 힘입어 울버햄틈은 난적 뉴캐슬에 2-2로 비겼다.
뉴캐슬전 득점 후 황희찬의 세리머니./AFPBBNews=뉴스1
황희찬(가운데)을 축하하는 울버햄튼 선수들. /AFPBBNews=뉴스1
한창 주가를 올리던 황희찬은 11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2026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인 싱가포르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이미 프리미어리그를 폭격 중인 황희찬에게 싱가포르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황희찬은 후반 초반 한국에 두 번째 골을 안겼다. 특유의 좋은 위치선정과 깔끔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 경기인 중국전에서도 빛났다. 황희찬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최근 울버햄튼에서는 중앙 공격수로 나왔다. 황희찬은 중국의 사이드를 완전히 허물었다. 강한 피지컬과 빠른 속도를 당해낼 선수가 중국에는 단 한 명도 없는 듯했다.
전반 초반부터 황희찬은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 11분 상대 수비수가 황희찬을 저지하려다 발을 걸었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를 손흥민이 마무리하며 한국이 쉽게 리드를 찾았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손흥민이 추가 득점을 넣었고, 후반전 정승현(울산 현대)이 한 골을 더 추가하며 3-0 승리를 거뒀다.
A매치가 끝난 뒤 복귀 후에도 황희찬은 여전히 빛났다. 첫 경기인 풀럼과 경기에서 7호골을 넣었다. 후반 30분 황희찬은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2-2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다소 긴장이 될법한 상황에서 나온 침착한 슈팅이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종료 직전 실점을 내주며 2-3으로 무너졌다.
이어 황희찬은 아스널 경기에서 침묵했지만, 번리전에서 8호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전체 득점 4위로 올라섰다. 홀란, 살라, 손흥민 다음이다.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황희찬이다.
살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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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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