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한국식 자유투 분석 기사…현지 농구팬들도 관심
시초는 김현준과 문경은…"그때 백보드로 쏘면 '건방지다' 소리"
자유투를 던지는 전성현 [KBL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백보드를 맞혀 넣는 자유투는 KBL만의 고유한 문화라고 할 만하다. 이는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까지 인정한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백보드로만…왜 어떤 한국 선수들은 뱅크슛을 사랑할까'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로 한국 농구 특유의 '뱅크슛 문화'를 주목했다.
2023-2024시즌 자유투 성공률 1위 최성원(정관장·91.4%), 3위 이재도(LG·89.2%), 5위 전성현(85.7%) 등 슛이 강점인 선수가 백보드를 쓰는 현상은 종주국 미국 농구계가 보기에 신기하다.
미국에서는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물조차 스치지 않고 림을 가르는 이른바 '통슛'이 이상적인 슛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2016년 미국프로농구(NBA) 역대 최다승 감독인 그레그 포퍼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은 뱅크슛이 외관상 멋지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이 기피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80%가 넘는 성공률을 보이는 선수들이 모든 자유투를 뱅크슛으로 던지는 게 흥미로운 현상이라며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분석가 에릭 포셋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KBL 영상을 올려 현지 팬들의 관심을 받은 게 지난 9월 초다.
이후 그달 말 현지 인기 농구 분석 유튜브 계정 등에서 '한국식 자유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등 입소문을 탔다.
뉴욕타임스는 래리 실버버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이런 자유투가 성공률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버버그 교수와 연구진은 2011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통제된 환경에서 자유투 뱅크슛이 일반 슛보다 20%가량 이점을 보인다고 밝혔다.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의 현역 시절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백보드를 맞고 공의 탄성이 크게 줄어 슛 궤적을 통제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자유투의 시초는 '전자 슈터'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고(故) 김현준 전 서울 삼성 코치와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다. 그보다 윗세대 스타 플레이어인 이충희 대한민국농구협회 부회장 등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유투를 쐈다.
김 전 코치가 처음 선보인 자유투를 보고 자신의 스타일로 흡수한 문 본부장이 '대중화'에 앞장섰다. 이후 전성현을 비롯한 여러 선수가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문 본부장의 경기 방식을 본받으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자유투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였던 문 본부장은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난 움직이면서 3점을 던지던 선수였는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자유투를 던지면 항상 슛이 길었다. 중간에 팔 동작을 끊어줘야 할 정도여서 고민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문 본부장은 "좌우는 똑바로 잡을 자신이 있는데 거리감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현준 형이 '백보드를 써라'라고 했다"며 "그 당시에는 통슛이 정석이라 백보드를 맞히면 '저 놈 뭐냐', '건방지다' 등 소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점프슛을 던지는 '전자슈터' 김현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문 본부장은 자신이 유행시킨 이 자유투 방식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지도자라면 권장하지 않겠다. 특히 어린 선수는 그렇게 배우면 안 된다"며 "전성현, 최성원과 같은 선수들은 나처럼 슛 거리가 길고 공의 회전수가 많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공이 겨냥하는 지점이 림이 아니라 백보드로 변하면 그만큼 자유투 거리가 멀어진다는 게 문 본부장의 지론이다. 슛은 결국 림에서 가까울수록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국가대표 슈터 출신 이규섭 SPOTV 해설위원 역시 문 본부장과 같은 입장이다. 백보드 자유투는 사실상 자발적으로 슛 거리를 늘리는 행동이라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
현역 시절 통슛과 백보드 자유투를 번갈아 던졌다는 이 해설위원은 "전성현, 이재도, 최성원처럼 슛이 완성된 선수들은 괜찮다. 하지만 포물선부터 슛폼이 완성되지 않는 유소년 선수들이 이런 자유투를 던지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백보드를 맞히는 것 자체가 자유투의 목적이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 강하게 슛을 쏘게 된다. 슛을 앞으로 쏠린 채 던지면서 공의 궤적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투를 던지는 최성원 [KBL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전성현, 최성원 등 완성된 슈터들은 굳이 백보드를 쓰지 않더라도 높은 성공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이 해설위원이 예상이다.
그렇다면 백보드 자유투는 문 본부장에서 시작된 유행이 지도자 등을 통해 유소년 농구에 퍼지면서 정착된 '관행'에 불과할까? 이 해설위원이 꼽은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이 해설위원은 "연습 때 잘 들어가던 자유투가 경기 중에는 망가지는 상황이 나타난다. 심리적으로 무너질 때 고육지책으로 찾는 게 백보드"라며 "일단 보기에 궤적이 림보다는 백보드가 크다. 그거라도 맞히면 들어간다는 느낌에 안심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훈(kt)도 자신을 포함한 최근 KBL 선수들이 백보드 자유투를 시도하는 이유가 유소년 시절의 경험과 심리적 안정감이 모두 얽혀 있다고 밝혔다.
허훈은 지난 5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86-81 승)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지금 KBL에서 슛 좋은 선수들은 전부 백보드 자유투"라며 "난 원래 통슛을 던졌는데 최근 너무 안 들어가서 백보드 자유투로 바꿨다. 그런데 여전히 안 들어가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어릴 때부터 중거리 슛은 대부분 뱅크슛으로 연습했다.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며 "통슛은 섬세하게 쏴야 하지만 백보드는 대충 딱 맞히기만 하면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훈 슛
(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이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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