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만 하면 안돼!" '5연패' 디펜딩챔프→亞최고 세터까지…'동병상련' 여자배구 [SC포커스]

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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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자꾸 편하게 토스하려고 하고, 거기에 안주하면 안된다. 그러면 집중력을 놓친다(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탈리아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한 레전드다. 그의 눈엔 아시아 여자배구 최고의 세터도 좀처럼 눈에 차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10일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전에서 셧아웃 완승을 거두며 최근 3연승을 질주했다. 어느덧 승점 22점으로 3위 GS칼텍스(승점 25점)와도 승점 3점 차이로 가까워졌다.

그 중심에 폰푼이 있다. 위파위(현대건설) 타나차(도로공사) 등과 함께 태국 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한국을 박살내던 그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당시 1순위를 뽑은 김호철 감독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폰푼을 지명했었다.

사진제공=KOVO

호흡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채 시즌이 시작됐다. 대표팀을 다녀온 표승주는 "폰푼은 나와 함께 지구를 돌았다"고 말했을 정도.

이제 정규시즌 15경기를 치렀다. 폰푼이 팀에 녹아들면서 기업은행 전력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엇박자가 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완승을 거둔 도로공사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세트 6-9로 뒤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자 폰푼 대신 김하경이 투입됐다. 기업은행은 9-13에서 연속 8득점하며 흐름을 뒤집은 뒤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에 대해 김호철 감독은 "2세트까진 폰푼이 잘해줬다. 3세트 들어 생각이 많아졌다고 할까, 집중력을 놓쳤다"면서 "본인이 너무 편하게만 하려다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날 발목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고.

기업은행 김하경. 사진제공=KOVO

주포 박정아와 왕언니 정대영이 빠지긴 했지만, '디펜딩챔피언' 도로공사의 부진도 깊다. 어느덧 5연패.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도로공사는 주전 세터 이윤정의 뒤를 2년차 박은지가 받치는 구도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기업은행전에 박은지를 선발 기용했다.

도로공사 박은지. 사진제공=KOVO

선발 세터를 바꾼 이유에 대해 김종민 감독은 "박은지의 컨디션이 좋다. 우리 팀이 강해지려면 실패하더라도 선수들이 좀더 다양성을 가져가야한다고 봤다. 양쪽 날개만 갖고 경기를 할 순 없다"고 했다. 배유나 등 중앙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한다는 의미다. 처음 트레이드로 왔을 때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은지는 민첩한 발놀림 대비 토스의 정확도가 아쉬웠다. 결국 2세트 중반 교체 투입된 이윤정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승패를 바꾸진 못했다.

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한국도로공사 이윤정

장충=최문영 기자 [email protected]/2023.11.07/이들 외에 선두 흥국생명(이원정-김다솔)을 비롯한 다른 팀들도 세터 고민은 마찬가지다. GS칼텍스도 김지원이 흔들리며 18세 신인 이윤신이 코트에 나서는 상황. 정관장은 염혜선,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이 주전 세터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호철 감독이 "폰푼은 가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아시아쿼터 1순위를 어느 팀이 뽑았어도 폰푼을 택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만큼 V리그가 세터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