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이정후 위엄 대단하네, MLB 공식 SNS서 슈퍼스타들과 어깨 나란히 '개막 D-100 대표 얼굴'

드루와 0 12.20

[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이정후(왼쪽)가 MLB.com 공식 SNS에서 메이저리그의 개막을 100일 앞둔 사실을 알리는 게시물에 등장했다. /사진=MLB.com 공식 SNS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벌써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MLB 사무국은 20일(한국시간)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2024시즌 개막까지 100일이 남았다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MLB를 대표하는 얼굴들을 함께 실었다.

눈에 띄는 건 이정후였다. 아직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뛰지도 않았는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과 함께 등장하며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게시물에는 6명의 메이저리거 이미지가 포함됐는데,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일본)와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미국),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미국),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도미니카공화국),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이정후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정후 외에 나머지 5명은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반면 이정후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신인이지만, MLB 사무국에서 제작한 게시물에 당당히 포함된 것이다. 이정후의 위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전날(19일)에는 이정후와 그의 반려견인 까오의 모습을 실으며 이정후를 향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그만큼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달러(약 1484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로 늘 언급돼 왔다. 무엇보다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 10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푸틸라 단장은 두 눈으로 이정후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일어선 채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후는 아시아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야수로는 역대 최고 포스팅 신기록을 작성한 것. 종전 기록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성하면서 받았던 5년 9000만 달러(약 1182억 원)였다. 그러나 이정후가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포스팅을 통한 아시아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은 2013년 일본인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가 뉴욕 양키스와 맺은 7년 1억 5500만 달러(약 2035억 원) 계약인데, 이정후와 4200만 달러 차이가 난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를 향한 기대감이 높다. MLB.com은 2024시즌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로 꾸려지는 올(All) MLB 팀을 예측하면서 이정후의 이름을 포함했다. MLB.com은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과 수비 능력, 주루, 어린 나이 등에 주목하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정후는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채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금의환향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행을 결심한 이유에 관해 "많은 구단에서 제의가 들어왔지만,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한국도 왔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 저를 가장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런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라 생각해서 빨리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제안받았을 당시 소감에 대해 "조금 충격을 받았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의 제안이 첫 오퍼였다. 다리가 풀릴 정도였다. 자세한 협상 과정은 다른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밝힐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선배들보다 계약이 일찍 마무리된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명문 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다. 준비를 잘해서 구단에서 투자해주신 만큼 거기에 걸맞은 플레이로 보답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는 "내가 우승을 아직 한 번도 못 해봐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 신인 때를 생각해 보면 신인왕을 탈 거라 생각하지 못한 상태로 시즌을 치렀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그저 팀 승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각오를 재차 다졌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주황색 원),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들이 지난 2월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키움 캠프를 찾아 이정후의 훈련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난 2월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이정후(오른쪽)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뉴스1

이정후(왼쪽)와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 /AFPBBNews=뉴스1, OSEN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빠른 공 적응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MLB.com은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정후는 '평균 이상의 수비형 중견수(above-average defensive center fielder)'라 할 수 있다. 다만 가장 큰 물음표는 이정후의 빠른 공 대처 여부다. 대부분의 KBO 리그 투수들은 시속 95마일(152.8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랬기에 이정후가 2023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으로 활약한 뒤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라이언 사도스키는 "이정후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정후는 타격 폼 수정에 관해 "더 오랫동안 잘하고 싶어서 타격 폼을 바꿔본 적도 있다. 최고로 잘했을 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타격 폼은 당장 수정할 생각이 없다. 내년에는 우선 그대로 부딪혀보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줄 생각이다.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시즌 준비를 일찍 들어가려 한다. 10월부터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몸 상태는 정말 좋다. 비자도 발급받아야 한다. 훈련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3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2024시즌 개막 시리즈를 치른다.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의 관심을 받는 이정후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