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시즌부터 세대교체…지난 시즌 준우승했으나 다시 주춤
유망주 못 키워내며 정체…당분간 이렇다할 반등 요인도 없어
현대캐피탈. /뉴스1 DB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무슨 미래를 봐. 자존심 싸움 하라고!"
작전 시간을 걸고 선수들을 향해 호통을 쳤던 최태웅 감독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잦은 범실에 "무슨 미래를 보냐"던 그의 말대로,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최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구단은 "침체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과의 길었던 인연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10년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해 선수 말년을 보냈던 최 감독은 은퇴 후 곧장 감독에 선임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선수 시절 국가대표 세터로 명성을 날렸던 최 감독은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했다. 감독 첫 시즌부터 정규시즌 우승, 포스트시즌 준우승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정규시즌 2위, 포스트시즌 우승을 했다. 첫 4시즌동안 통합 우승은 없었지만 정규시즌 우승 2회, 포스트시즌 우승 2회의 업적을 세웠다.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던 소위 '몰빵배구'에서 '스피드 배구'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야인이 된 최태웅 감독. /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구단도 2020-21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최 감독에 또 다시 3년 재계약을 안겨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3년 사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가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최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시즌 중반까지 부진이 계속되자 '결단'을 내린 모양새다.
최 감독의 현대캐피탈은 2017-18시즌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 2019-20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2020-21시즌 6위, 2021-22시즌 창단 첫 꼴찌의 수모를 겪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반등했지만, 반환점에 가까워 지고 있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4승(13패)에 그치며 6위에 머물러있다.
최 감독은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놓친 2019-20시즌 이후 '리빌딩'을 선언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향후 10년간 팀을 책임질 선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었다.
2시즌동안 6, 7위에 그쳤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한 선수들은 제법 건졌다. 202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김선호, 2021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홍동선과 2순위 정태준, 2022년 2순위 이현승 등 상위 픽의 선수들을 대거 지명했다.
또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던 미들블로커 신영석을 한국전력에 내주며 세터 김명관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선수들 중 유의미한 성장을 일궈낸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날개 공격수 허수봉과 리베로 박경민 정도가 젊은 선수들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지난 시즌의 반등 역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결과물은 아니었다. 미들블로커 박상하와 최민호,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 등 30대를 훌쩍 넘긴 선수들이 주전으로 많은 시간을 뛰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 /뉴스1 DB ⓒ News1 김민지 기자
최 감독의 경기 운영에도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이현승, 김명관 등 젊은 세터들이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도 교체없이 밀고 나가거나, 국가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던 허수봉을 미들블로커로 돌리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운용이었다.
외인 선발에서도 오레올 까메호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정도를 제외하곤 파괴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해 '보는 눈이 없다'는 비판도 들렸다.
일각에서는 코치 생활 없이 즉각 감독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이 감독 생활 초반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만의 '고집'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른 성공에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 감독의 지난 3시즌은 리빌딩도, 성적도 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결과만을 만들어놓고 말았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선수 구성을 보면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세터 진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성적도 밑에서 멤도는,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대캐피탈은 후임 감독을 급하게 찾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진순기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하고 차분히 감독 후보군을 물색할 전망이다.
삼성화재와 함께 '배구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현대캐피탈. 한때 영광의 시간을 함께 했던 최태웅 감독과 결별을 선언하며 사실상 '리빌딩 실패'를 선언한 현대캐피탈은, 이제 다시 한번의 큰 변화를 모색할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기사제공 뉴스1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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