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경질 후 확 달라진 현대캐피탈
대행 임명 후 성공 사례 있지만 실패 사례도
[서울=뉴시스]허수봉 전광인. 2023.12.28.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 경질 후 2연승을 달렸다. 경기력이 급격히 향상된 가운데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다만 V-리그 역사를 보면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하는 게 좋은 성적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전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7 25-23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올 시즌 13패를 하는 동안 4승만 거두며 리그 7개팀 중 6위로 떨어졌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최태웅 감독이 경질된 후 바뀌었다. 2연속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2015~2016시즌부터 8년째 팀을 이끌어온 최 감독이 떠나자마자 선수들이 예전 기량을 회복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진에 허덕였던 허수봉와 전광인이 지난 시즌 준우승을 이끌던 당시 기량을 갑자기 되찾았고 세터 김명관의 토스도 급격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갑작스러운 경기력 향상에 뒷말이 나오지만 이번 최 감독 경질 효과가 시즌 마지막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프로배구 V-리그 역사를 보면 감독 경질 효과로 팀 분위기를 바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사례가 있는 반면 곧 효과가 사라지며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친 사례가 있다.
남자부 한국전력은 감독 경질 효과를 가장 많이 노렸던 팀 중 하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8~2009시즌 중반 공정배 당시 감독이 개막 후 25연패를 당하자 구단은 공 감독을 경질하고 차승훈 감독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차 대행은 첫 경기에서 상무에 승리를 거두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4승31패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서울=뉴시스]현대캐피탈. 2023.12.28.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2~2013시즌에도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연패가 19연패까지 이어지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신춘삼 감독이 경질되고 이재구 대행이 부임했지만 2승28패를 거두는 데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은 감독 경질로 효과를 본 팀 중 하나다. 2009~2010시즌 초반 4승5패로 부진하자 진준택 감독을 경질하고 신영철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당시 팀 최다인 10연승을 질주하며 LIG손해보험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13~2014시즌 대한항공은 전반기를 4위(8승7패)로 마감하자 신영철 감독을 경질하고 막내 코치였던 김종민 코치를 감독 대행에 앉혔다. 대한항공은 김 대행 체제로 치른 첫 두 경기는 졌지만 이후 6연승을 달리며 2위로 올라섰다. 김 대행은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감독 대행으로 챔프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지만 당시 최강 삼성화재에 패해 준우승했다.
2015~2016시즌에는 김종민 감독 대신 장광균 감독 대행이 사령탑을 맡아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놨다. 다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해 탈락했다.
우리카드는 감독 경질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4~2015시즌 모기업의 배구단 운영 포기설과 외국인 선수 부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강만수 감독이 물러났다. 양진웅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으로 남은 시즌 팀을 지휘했지만 구단 사상 최다 연패인 12연패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KB손해보험은 전신 LIG손해보험 시절에 감독 경질이 잦았다.
[서울=뉴시스]허수봉 진순기. 2023.12.28.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9~2010시즌 4위로 떨어지자 박기원 감독이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을 영입하려다 실패하자 LIG손해보험은 김상우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2010년 4월 감독으로 승격된 김 대행은 2010~2011시즌에서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려놔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준결리그 진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2012~2013시즌에도 리그 4위로 처지자 LIG손해보험은 이경석 감독을 경질하고 브라질 프로리그에서 감독과 코치를 지낸 조세(JOSE) 트레이너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결국 5위로 처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4~2015시즌에는 순위가 6위로 떨어지자 문용관 감독을 총감독으로 물러나게 하고 강성형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올렸다. 6위로 시즌을 마친 강 대행은 정식 감독이 됐지만 두 시즌 동안 6위에 머물렀다.
2020~2021시즌에는 이상열 감독이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폭행한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감독 대행이 된 이경수 코치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탈락했다.
여자부에서도 시즌 도중 감독 경질 사태는 자주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2015~2016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호 감독이 2승4패로 6개팀 중 5위로 처지자 건강 악화를 이유로 물러났다. 당시 이 감독과 선수단 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박종익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치른 첫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시즌 최종 순위는 5위였다.
[서울=뉴시스]최태웅. 2023.12.20.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국생명은 시즌 중 경질이 잦아 '감독의 무덤'으로 불렸다.
2008~2009시즌 7승2패로 여자부 1위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구단과 마찰을 빚은 황현주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세화여고 배구팀 감독이던 이승현 감독을 임명했다. 선수들의 동요와 외국인 선수의 맹장 수술 등 악재 속에 순위는 3위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의 지도력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일었고 이 감독은 스스로 물러났다. 감독 대행이 된 어창선 수석코치는 김연경 등의 활약 속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어 감독은 감독으로 승격돼 2009~2010 정규 시즌을 시작했지만 김연경의 일본 이적 후유증으로 3위까지 떨어지자 사퇴했다. 감독 대행은 일본인 반다이라 마모루 코치가 맡았는데 흥국생명은 이후 구단 역대 최다인 14연패 수모를 당했고 팀 순위는 3위에서 4위로 더 떨어져 다섯 시즌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2~2013시즌에는 차해원 전 감독이 교통사고로 자리를 비운 뒤 신동연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규리그 6승24패로 5위에 그쳐 2년 연속으로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흥국생명은 2022~2023시즌에도 감독 경질로 화제를 뿌렸다. 리그 2위를 달리던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뒤 이영수 수석코치를 대행으로 내세웠지만 그는 한 경기 만에 팀을 떠났다.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은 감독 부임을 고사했다. 이후 김대경 코치가 대행을 맡아 아본단자 감독 부임 전까지 팀을 이끌었다. 김 대행은 현대건설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에 오르는 공을 세웠다.
2021년 창단한 페퍼저축은행도 이미 대행 체제를 경험했다. 창단 후 2번째 시즌인 2022~2023시즌에 팀이 개막 10연패에 빠지자 김형실 감독이 사퇴하고 이경수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이 대행도 연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 연말 도로공사에 이기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이 대행 지휘 아래 시즌 막바지 경기력이 향상됐지만 3승25패로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다.
기사제공 뉴시스
박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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