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클로저 중 한 명인 조시 헤이더의 행선지가 확정됐다. 헤이더와 손을 잡은 팀은 2010년대 후반 이후 강팀 반열에 올라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미국 현지 언론은 20일 "휴스턴이 올스타 출신의 FA 구원투수 헤이더와 5년 총액 9500만 달러(약 1271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옵트아웃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헤이더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지는 '마리아노 리베로상'을 수상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역사상 구원투수로선 가장 좋은 대우를 받았다. 에드윈 디아즈가 지난해 뉴욕 메츠와 5년 총액 1억 2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으나 일부 금액을 계약 기간 종료 이후 지급 유예로 받는다.
휴스턴은 당장 급한 불을 껐다.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켄달 그레이브맨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고 헥터 네리스, 필 메이튼, 라인 스타넥이 지난 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헤이더 영입전에서 웃은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는 "라이언 프레슬리와 호세 아브레우, 헤이더까지 7~9회(경기 후반)를 책임질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2 볼티모어 오리올스(19라운드 전체 582순위)의 지명을 받은 헤이더는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이었던 2017년 빅리그에 데뷔, 그해 12경기 47⅔이닝 2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08 피안타율 0.156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9의 성적을 올렸다.
2018년에는 55경기 81⅓이닝 6승 1패 81⅓이닝 21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43 피안타율 0.132 WHIP 1.81로 한 단계 성장했고, 2019년 61경기 75⅔이닝 3승 5패 6홀드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62 피안타율 0.155 WHIP 0.81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즌이 단축된 2020년에도 21경기 19이닝 1승 2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79 피안타율 0.123 WHIP 0.9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2021년 60경기 58⅔이닝 4승 2패 34세이브 평균자책점 1.23 피안타율 0.127 WHIP 0.84로 밀워키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런 헤이더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2022시즌이었다. 헤이더는 여느 때처럼 밀워키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37경기 34이닝 1승 4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4.24 피안타율 0.203 WHIP 1.12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트레이드 대상으로 거론됐고, 뒷문 보강이 필요한 샌디에이고가 헤이더에게 손을 내밀었다. 결국 그해 8월 초 헤이더를 중심으로 한 1대4 트레이드가 성사됐고, 헤이더는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밀워키는 그의 대가로 테일러 로저스 등 4명의 선수를 품었다.
헤이더는 이적 이후 남은 시즌 동안 19경기 16이닝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7.31 피안타율 0.270 WHIP 1.63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데 이어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각각 3경기 3⅓이닝 3세이브, 1경기 1이닝 1세이브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헤이더는 지난해 61경기 56⅓이닝 2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1.28 피안타율 0.163 WHIP 1.10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전년도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다만 헤이더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은 82승80패(0.506)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머무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재정난으로 흔들리던 샌디에이고가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관측됐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경우 일찌감치 재계약보다는 이적 쪽에 무게가 기울어졌다.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9월에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7일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냈다. 그러면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마운드 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했지만, '스타플레이어' 소토를 내줄 만큼 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세스 루고와 마이클 와카가 나란히 FA로 캔자스시터 로열스로 이적하면서 팀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 여기에 헤이더까지 이적을 확정하면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샌디에이고가 아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대어급 FA를 줄줄이 놓친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24일 5년 총액 2800만 달러에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를 영입하면서 불펜을 강화했다.
1995년생 마쓰이는 2014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으로 활약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30세이브 고지를 밟았고, 2019년(38세이브)과 지난해(32세이브)에도 30세이브를 달성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501경기 659⅔이닝 25승 46패 76홀드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
지난해 마쓰이는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마크하면서 개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39세이브)를 수확했다. 또한 2017년과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일본 대표팀 마운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두 대회 통산 성적은 3⅔이닝 무실점으로, 탈삼진은 6개였다.
샌디에이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아시아 출신 투수, '파이어볼러' 고우석과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4일 "고우석이 2년 총액 45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고우석의 연봉은 각각 175만 달러, 225만 달러로 상호 옵션 실행 시 2026년 연봉은 300만 달러다. 옵션 미실행 시 고우석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를 수령하는데, 만약 2024~2026년 인센티브 금액을 모두 받는다면 최대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고우석의 원소속구단인 LG 트윈스는 계약 전날 "고우석이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구단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고우석은 3일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알렸다.
출국 이후 필요한 절차를 밟은 고우석은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했고, 그렇게 그는 샌디에이고의 일원이 됐다. 차명석 LG 단장은 “축하한다.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빠른 공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9년부터 팀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그해 65경기에 등판,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마크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만 21세 1개월 7일의 나이로 임창용(만22세 3개월 8일)을 제치고 최연소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던 고우석은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반등에 성공했고,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비록 지난해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했지만, 샌디에이고눈 고우석의 구위를 높이 평가했다.
소위 말해 '대형 계약'을 따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등판 기회가 적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투수들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투수를 찾았던 샌디에이고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우석도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불펜에서 활약할 것이 유력하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마무리 경쟁에서 팀 동료인 로버트 수아레즈, 마쓰이를 제치고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고우석이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언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고우석은 마쓰이 유키, 로버트 수아레즈와 마무리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이라며 "고우석은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한 뒤 매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으나 2023시즌엔 커맨드가 하락하고 평균자책점, 볼넷 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샌디에이고는 2023시즌 고우석이 기록한 탈삼진 비율(31.1%), 땅볼 유도(65.8%), 홈런 억제력(9이닝당 0.4개)에 관해 높은 평가를 하고 계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우석은 김하성이 같은 팀에서 뛰고 처남인 이정후가 같은 지구 라이벌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만큼 미국 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샌디에이고는 3월 LA 다저스와 서울에서 2024 개막 시리즈를 치르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닌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우석이다. 지난 6일 귀국 기자회견 당시 "사실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엄청 와닿는 건 아직 크게 없다.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잘 이겨내서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그때 실감이 날 것 같다"며 "머릿속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일단은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뭔가 나의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 메이저리거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팀이 새롭게 바뀌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는 건 고우석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관심에 보답하고 싶은 그가 헤이더의 공백을 최소화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AFP, AP/연합뉴스, MLB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포츠뉴스 DB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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