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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김하성이면, FA 기준이 달라진다…어쩌면 2억 달러 이상? FA 대박의 역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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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가츠보다 더 수비력이 좋은 김하성의 포지션 변경으로 샌디에이고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하성이 얻는 것은 분명하다. 더 높은 평가다.
▲ 잰더 보가츠(왼쪽)와 김하성
 
 



[스포티비뉴스=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 신원철 기자] 이번 오프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풍파를 겪었다.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가 별세하고 중계권 계약 문제까지 겹치면서 구단의 지출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중복 포지션으로 여겨지던 내야에도 대형 FA 계약을 아끼지 않더니, 이제는 외야에 뛸 선수가 명백하게 부족한데도 외야수 여러명을 포함한 '다대다' 트레이드를 감행해 포지션 쏠림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하성의 거취는 늘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금의 샌디에이고라면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김하성을 붙잡아두기가 쉽지 않다. 이미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를 트레이드하면서 당분간 큰 규모의 지출은 삼가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상황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 데니스 린 기자는 지난달 김하성의 트레이드설을 소개하면서 샌디에이고와 연장 계약을 맺는 일이 '의외의 상황'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만약 샌디에이고가 예상 밖의 결정을 내린다면, 김하성과 2024년부터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717억원)에서 1억5000만 달러(약 1981억원) 수준의 연장 계약을 맺을 수도 있겠다. 연평균 2000만 달러는 최근 FA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할인가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하성이라는 주식이 2024년 시즌에 타격에서 고전해 타격을 입을 수는 있지만, 그의 내야 수비 유틸리티 능력과 다른 기여 방법 등이 그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높게 평가하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 컵스 주전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은 올해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 보가츠는 구단과 지난해 12월부터 포지션 변경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7년 1억 5000만 달러라는 기준점은 과거 사례에서 나왔다. 댄스비 스완슨이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면서 7년 1억 7700만 달러에, 트레버 스토리가 보스턴 레드삭스로 가면서 6년 1억 4000만 달러를 받았다. 김하성이 1년 2000만 달러는 '깔고 간다'는 것이 린 기자의 예상이다. 김하성의 타격이 수준급으로 올라온 시점이 지난해 1년 뿐이기는 하지만 첫 2년을 메이저리그 적응 기간으로 본다면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

김하성과 함께 FA 시장에 나올 유격수-2루수가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이런 예상에 영향을 끼쳤다.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 정도가 김하성과 비교할 만한 선수로 꼽힌다. 2루수 최대어로 예상됐던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이미 5년 1억 25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모든 예상은 김하성이 2루수로 뛰던 시기에 나왔다. 17일 지금까지의 예상을 수정해야 하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샌디에이고가 11년 2억 8000만 달러에 영입한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옮기는 포지션 변경을 추진한다. 이제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는 김하성이다.

실트 감독은 17일 샌디에이고 전체 선수단 소집 첫날 인터뷰에서 김하성을 유격수로, 보가츠를 2루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가츠가 샌디에이고와 총액 3억 달러에 가까운 대형 계약을 맺었다는 점, 또 보가츠가 마이너리그 경력을 포함해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2루수로 뛴 적이 없다는 점에서 놀라운 뉴스였다.


 

▲ 마이크 실트 감독.ⓒ 신원철 기자
 
 



디애슬레틱 데니스 린 기자는 이 상황을 두고 "김하성이 FA 자격을 얻기까지 몇 달 밖에 남지 않았다. 2025년 연봉 1000만 달러에 상호 옵션(구단과 선수가 모두 동의해야 발동하는 연봉 계약)이 걸려있는데, 김하성은 이를 거절할 것이 확실하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연장 계약을 추진하려 하겠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김하성과 보가츠를 최대한 잘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샌디에이고는 구단 최고 유망주인 (내야수)잭슨 메릴을 외야수로 옮기려 한다. 그러나 1년 뒤에는 이 최고의 유망주가 보가츠의 더블플레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가츠 키스톤 콤비가 함께 할 시간이 길지 않다고 봤다.

보가츠가 구단의 결정을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이기도 하다. 보가츠도 언젠가는 자신이 유격수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2년 뒤에 시도할 거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생각했다"며 "2~3년 안에 내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최고가 되고 싶을 뿐이다. 물론 유격수라면 좋겠지만 2루수로 뛰어도 목표는 같다"고 밝혔다.

이렇게 '유격수 김하성'이 돌아왔다. FA 시장에 대한 예상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중앙 내야수 최대어가 2루수 아닌 유격수로 시장에 나온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더 스코어'는 지난 5일(한국시간) 미리 보는 2024-2025 메이저리그 FA 랭킹 TOP 20에서 김하성을 15위에 올렸다. 이 랭킹에서 김하성보다 더 높은 순위에 위치한 유격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중앙 내야수로는 알투베만이 김하성보다 앞서 있었는데, 연장 계약으로 FA 계약을 포기하고 '종신 휴스턴'을 선언했다.


 

▲카를로스 코레아
▲코리 시거
 
 



유격수는 최근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흔든 포지션이다. 그만큼 대형 계약을 따낸 선수가 많다. 김하성 옆의 보가츠가 좋은 사례다. 보가츠는 30살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는 두 차례나 메디컬테스트 문제로 합의가 파기됐는데도 미네소타와 6년 2억 달러 보장, 최대 10년 2억 7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파기된 합의안은 총액 3억 달러가 넘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3년 3억 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가 계약에 도달하지 못했고, 곧바로 뉴욕 메츠와 12년 3억 1500만 달러에 합의한 뒤 다시 계약이 무산됐다.

트레이 터너는 필라델피아와 11년 3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는 10년 3억 2500만 달러에 텍사스로 이적했다. 다른 포지션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이 필요한 유격수들에게 구단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계약기간 내내 유격수 자리를 지키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력 보강을 위해 투자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으로 꼽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도 바비 위트 주니어와 11년 2억 888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맺으면서 유격수 확보에 거액을 투자했다. 린 기자가 언급한 스완슨의 7년 1억 7700만 달러는 이제 김하성에게 '하한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희소식이 찾아왔지만 김하성은 우선 말을 아꼈다. 유격수 복귀에 대해서는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포지션"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FA 계약에 대해서는 "나에게 이득인 것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팀이 원하는 쪽에 맞춰서 하면 FA나 그런 것들은 내가 잘하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걸(대형 계약) 따라가면 분명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매일 했던 것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 김하성과 보가츠의 포지션 교체는 장기적으로 서로와 팀에 이득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이제는 유격수로 뛰게 됐다고 밝힐 수 있게 된, 훈련을 마친 김하성. ⓒ 신원철 기자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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