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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훈련 시작한 이정후, "7개월 만에 처음 보는 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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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훈련, 만만치 않네요."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일(한국시간) 처음으로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새 유니폼 상하의를 갖춰 입고 타석에 섰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이정후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투·포수조와 야수조 전원이 처음으로 풀 스쿼드(full squad) 공식 훈련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배팅에 나선 이정후.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이미 지난 16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캠프지에 합류해 현지 적응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자율적인 스케줄 관리는 불가능하다. 선수단 전체가 팀이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 현지에서 만난 이정후는 "지금까지는 공식 훈련이 아니라서 도중에 잠깐씩 쉴 틈도 생기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시간 없이 빨리 이동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며 "하루가 정신 없이 흘렀다. 이제 시작이니까 시범경기를 시작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후가 클럽하우스에 발을 들여 놓은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7시였다. 그는 "예외적인 날이라 캠프에 합류한 뒤 가장 일찍 출근했다"고 했다.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검사와 치료를 받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본격적인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 9시 선수단·스태프 미팅이 끝난 뒤엔 오전 11시40분까지 스트레칭과 주루·송구·수비 훈련이 차례로 이어졌다. 이후 야수 3~4명씩 8개 조로 나뉘어 라이브 배팅(실제 투수의 전력투구를 타석에서 때리는 훈련), 그라운드 타격 훈련, 플라이볼 포구 훈련, 배팅 케이지에서 하는 프리 배팅 등을 교대로 소화했다. 땡볕 아래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던 일정은 오후 1시 30분이 다 돼서야 마무리됐다. 이 훈련들은 시범경기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

이정후는 "한국은 캠프 초반엔 천천히 몸을 만드는데, 여기선 첫날부터 (몸을 다 만들고 들어왔다는 전제 아래) 라이브 배팅부터 한다"며 "시범경기 수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야구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래서 훈련이 아닌 경기를 통해 몸을 만든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훈련에 한창인 이정후.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마이클 콘포토, 루이스 마토스와 1그룹에 포함돼 후반부 훈련 로테이션을 함께 돌았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라이브 배팅을 경험해 "빨리 MLB 투수들 공을 쳐보고 싶다"던 희망을 이뤘다. 이정후가 첫날 상대한 션 젤리와 닉 아빌라는 둘 다 오른손 투수다. 이 중 젤리는 키가 무려 2m11㎝로, 존 로치(은퇴)와 함께 MLB 역대 최장신 선수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정후는 "젤리도 그렇고, 이곳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한국 투수들보다 키가 크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은 (공을 보는) 감각이 다 돌아오지 않았다. 라이브 배팅이 계속 있으니, 차근차근 감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라이브 배팅을 시작하자 야구장을 찾은 수십 명의 한국 팬이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환호를 보냈다. 정작 이정후는 "투수 공에 신경 쓰느라 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22일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시즌 최종전인 10월 10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대타로 한 타석에 서긴 했지만, 팬들을 향한 작별인사 성격이 짙었다.

그는 "마지막 대타 타석을 빼면, 실제 투수의 공을 친 게 거의 7개월 만이다. 집중력이 필요했다"며 "공을 많이 보지는 못했어도, 타구 2개(내야 땅볼, 외야 플라이)가 다 필드 안으로 들어간 데에 만족한다.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라이브 배팅 후 배팅 케이지에서 홈런 타구 3개를 만들어낸 것과 관련해서도 "어릴 때부터 늘 라인드라이브(직선타) 타구를 만드는 걸 목표로 훈련해왔다. 내가 설정한 목적과 방향성을 생각하고 쳤는데, 그 과정에서 홈런 타구가 나온 것뿐"이라고 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 첫 공식 훈련에 나선 이정후(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그랬듯, 순조롭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동료들은 이정후의 소셜 미디어에서 갓 태어난 조카의 사진을 발견한 뒤 "혹시 결혼했냐", "너의 아기냐"라고 물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일본인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가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것도 이정후의 친화력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다. 이정후는 "쓰쓰고와는 같은 동양 출신 선수라 동질감이 느껴져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파블로 산도발과도 이날 처음 만나 반갑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는 "산도발은 팀의 월드시리즈 3회 우승 때 좋은 기억을 안겨준 선수다.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선수랑 같이 뛰게 돼 기분 좋다"고 웃어 보였다.

빅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는 이정후는 이제 본격적인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절친한 빅리그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 하라"는 조언과 격려도 들었다. 이정후는 "이제 실제 경기에 나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시범경기에 맞춰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신인 같은 자세로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기사제공 중앙일보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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