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이정후(왼쪽)가 훈련 도중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낯선 무대인 메이저리그(MLB)에 첫 발을 내딛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친화력만큼은 이미 적응이 끝난 모양새다. 동료에게 벌써 한국말을 알려줄 정도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24일(한국시간) "이정후는 올해 자신과 함께 뛸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했다"며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34)였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 외야수 칼 야스트렘스키(85)의 손자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5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율 0.241 88홈런 261타점 305득점 OPS 0.788의 성적을 올렸다. 주전 우익수인 야스트렘스키는 중견수로 나설 이정후 바로 옆에서 뛴다.
같이 붙어다니게 될 이정후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야스트렘스키는 간단한 한국어를 이정후에게 배웠다. 그는 "매일 한국어 단어 하나씩을 연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스트렘스키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정후에게 '침착하게 해라'나 '편하게 하라' 등을 어떻게 말하는 지 물어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정후에게 'Shwibta(쉽다)'라는 단어를 직접 배웠다고 한다.
이미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에게 빠진 듯한 모습이다. "이정후는 환상적이다. 정말 열렬한 팬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이정후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우리 팀의 일원이다. 정말 활력이 넘치고 재밌는 사람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AFPBBNews=뉴스1
이정후 본인의 노력도 한몫한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팀메이트를 알고 싶어하고, 함께 저녁 자리를 가지고자 한다. 그런 열정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고 전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야구' 그 자체다. 야스트렘스키는 "야구는 만국공용어다. 우리는 야구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있고, 그게 참 좋다"며 "함께 플레이할수록 어디서 뛰고 싶은지, 어떻게 하는 걸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더 익숙해지게 된다"고 했다. 실제 이정후를 옆에서 본 그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정후의 외향적 성격은 팀 적응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성격에 대해 언급하며 "보통 주위를 둘러본 뒤 적응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누구나 쉽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격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좋다"고 말했다.
앞서 이정후는 지난 18일 취재진과 만나 '동료들의 다른 시선을 받을 것 같다'는 말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면서 "그냥 저도 처음에 와서 놀란 게, 이렇게 출근하고 퇴근했을 때 제가 아직 메이저리그에 온 느낌이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는 느낌이다. 그 정도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인데도 친근하게 다가와주고 편하게 해주고 그런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이정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시로 동료 선수와 구단 스태프들이 이정후의 눈앞을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이정후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때로는 그들이 먼저 이정후를 향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자신을 향해 반갑게 대해주는 동료에 대한 질문에 "다요"라고 답한 뒤 "진짜 다 반갑게 대해준다. 방금 인사한 저 친구도 온 지 며칠 안 됐는데"라면서 "저 몸 좋은 친구가 바로 그 선수다. 예전에 신시내시 레즈에서 뛰던 시절에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뛰어가던 그 선수"라고 말했다.
'그 선수'는 투수 아미르 가렛으로, 신시내티 소속이던 지난 2019년 7월 31일 피츠버그전에서 9회 투구 도중 상대 더그아웃으로 돌진, 밴치클리어링을 유발한 바 있다. 과거 이정후와 키움 시절 동료였던 야시엘 푸이그도 여기에 연루됐다. 동료의 과거 모습까지 기억할 정도로 이정후는 상대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4명만이 받았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활약이 있어 샌프란시스코도 거액의 금액을 선뜻 지불할 수 있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만약 그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충격받을 일이다"며 톱타자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멜빈 감독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정후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 /AFPBBNews=뉴스1
팻 버렐 타격코치 역시 "난 여러분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여러분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며 "이정후가 처음 배팅 케이지에 나온 날, 나는 '그건 문제되지 않겠구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후는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낼 것이다"며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상대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적응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또다른 걱정거리인 장타력 역시 버렐은 믿고 있었다. 그는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연습 과정에서 수 차례 홈런을 날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컴퓨터는 이정후의 성공적인 적응을 예측했다.
이정후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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