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 등판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야마모토 요시노부(26)는 '거상' LA 다저스가 왜 메이저리그(MLB)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그에게 4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는지 데뷔전부터 명확히 보여줬다.
야마모토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선발 등판,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이날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4338억원)에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의 시범경기 데뷔전이었다.
10년 7억 달러(934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영입된 오타니 쇼헤이(30)에 이어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택했다. 이미 빅리그에서 '이도류'로 맹활약하며 두 번의 최우수선수(MVP)상을 모두 만장일치로 이뤄낸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로 인해 올 시즌 투수로 활약할 수 없게 돼 마운드의 시선은 야마모토를 향했다.
일본프로야구(NPB) MVP 3연패,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야마모토는 오타니와 달리 빅리그에서 단 하나의 공도 던지지 않았지만 다저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스프링캠프 합류 후 남다른 공을 뿌리며 동료들과 감독, 코칭스태프를 놀라게 만들었던 야마모토는 드디어 공식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을 앞두고 워밍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의 LA 다저스 선발 라인업.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선발로 나선 야마모토는 1회말 마커스 세미엔을 상대로 0-2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야마모토는 유인구로 세미엔을 유혹했으나 방망이가 따라나오지 않자 한복판 시속 96마일(154.5㎞) 속구를 꽂아 넣으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번 타자 이반 카터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야마모토는 와이엇 랭포드에게 시속 96마일 속구를 연이어 뿌리며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불리한 상황에 몰린 랭포드는 쫓기듯 타격을 했고 땅볼 타구는 3루수 글러브로 향했고 결국 병살타로 연결됐다. 야마모토는 큰 위기 없이 1회를 마쳤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11구 중 존을 벗어난 공은 단 2개였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 야마모토는 2회에도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상대는 2022년 아메리칸리그(AL) 실버슬러거 수상자인 나다니엘 로우. 94마일(151.3㎞) 속구와 74마일(119㎞) 낙차 큰 커브를 연이어 존에 꽂아넣으며 로우를 얼어붙게 만든 야마모토는 이후 주무기 스플리터를 뿌렸다. 홈 플레이트 부근까지 속구처럼 날아오던 공은 수직 낙하하며 떨어졌고 로우는 힘 없이 체크스윙으로 삼진,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요나 하임은 야마모토의 공을 강하게 때려봤으나 타구는 먹혀 좌익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레오디 타베라스는 대기타석에서 야마모토의 투구를 지켜봤으나 야마모토는 이번에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더니 91마일(146.5㎞) 감탄을 자아내는 스플리터로 타베라스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오타니가 흥분한 듯 세리머니를 펼칠 만큼 야마모토의 공은 압도적이었다. 다저스 팬들은 하나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야마모토를 향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을 찾아 더그아웃에서 관전 중인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MLB닷컴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이날 11개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고 94마일에서 96마일 사이를 오갔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커브 3개는 모두 존 안으로 향했다. 매체는 스플리터와 커터도 뿌렸다.
현지에서도 야마모토의 짧고 굵었던 데뷔전 임팩트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MLB닷컴은 "거의 완벽했던 야마모토의 시범경기 데뷔전"이라며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이유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야마모토가 역사상 가장 비싼 투수로서 기대와 과대평가를 받을 마한 가치가 있는지 보여줄 차례였다"며 "단지 시범경기였지만 야마모토는 자신이 왜 FA 중 가장 인기 있는 선수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전했다.
야마모토는 이날 19구를 뿌렸는데 그 중 무려 16구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될 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먼저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놓고 현란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꾀어내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안심한 부분도 있다. 앞으로 이닝이 더 늘어날텐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오늘 경기만 보면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시범경기였기에 좋은 긴장감을 갖고 공을 뿌릴 수 있었다. 진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오타니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훈련을 이어가도 됐지만 야마모토의 지원군으로 나섰다.
야마모토는 "그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기뻤다"고 웃으며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합작한 뒤 포옹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왼쪽)과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의 LA 다저스 입단 후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과 함께 일본 쉐프가 운영하는 일식집을 방문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부 마츠히사 SNS
AP 뉴스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최대한으로 전체적인 구종을 활용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고 많은 스윙과 실수를 많이 이끌어냈다. 효율적이었다"며 "내 생각엔 오타니가 (다저스) 데뷔전을 치르고 오늘 야마모토가 연이어 첫 경기에 나섰다는 건 매우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로버츠는 오타니와 야마모토의 남다른 브로맨스에 대해서도 "정말 좋은 동료다. 분명히 오타니가 여기 올 필요는 없었지만 팀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여기에 함께 왔다"고 전했다.
첫 시범경기부터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다만 다저스로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활약이다. 그렇기에 빅리그에서 공을 하나도 던져보지 않은 투수에게 3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NPB에서 활약에 다저스는 그의 활약을 확신했다. 2017년 NPB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데뷔한 야마모토는 통산 172경기에 등판해 70승 2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82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나 빅리그 진출을 앞둔 지난해엔 2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164이닝 동안 16승 6패 ERA 1.21, 34사사구(28볼넷 6몸에 맞는 볼) 169탈삼진을 마크했다. 그러면서도 피홈런은 단 두 개에 불과했고 피안타율 0.198,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8로 91.3%에 달하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비율을 남겼다. 퍼시픽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최다 탈삼진, 승률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투수 4관왕을 달성하고 사와무라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또한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3연속 MVP는 단 3명뿐으로 1994~1996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마지막이었다. 또한 최초의 MVP 3연패가 1976~1978년 한큐 브레이브스(현 오릭스 버펄로스)의 에이스 야마다 히사시였는데 야마모토는 소속팀 선배의 뒤를 이어 45년 만에 투수 MVP 3연패라는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 투구 중이다. /AFPBBNew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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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 역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날 투구는 적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좋은 공을 뿌린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래서 다저스가 그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본 건 처음이었는데 내 생각엔 모두가 그가 가진 공들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야마모토는 다저스 최고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MLB 개막전에도 야마모토의 선발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서 LA 다저스를 담당하는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이 야마모토와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어떤 순서로든) 한국에서 열리는 개막전 시리즈에 선발로 내보낸다. 그것이 순리"라고 전했다.
다음달 20일과 21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년 MLB 개막전이 열린다. 이번 개막전 시리즈는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지난해부터 새로이 브랜딩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국내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김하성과 고우석, 다저스의 오타니와 야마모토로 '미니 한일전' 구도도 형성돼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서울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투타 맞대결이다. 그 중에서도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와 샌디에이고의 핵심 타자로 발돋움한 김하성의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야마모토 또한 이날 많은 기대 속에 첫 경기를 완벽하게 치러냈다. 다음달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둘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가 입단식 때 다저스타디움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과 장난을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전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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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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