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후쿠오카(일본), 김민경 기자] "철벽 불펜이 압도적 투구를 펼쳤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연습 경기를 이렇게 총평했다. 두산은 소프트뱅크에 2-5로 졌다. 4회 양의지와 8회 강승호의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 자체는 팽팽하게 진행됐지만, 두산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활발한 타격을 펼치지 못했다. 소프트뱅크 마운드를 상대로 단 4안타만 뺏으면서 4사구는 단 하나도 얻지 못했고, 팀 삼진은 무려 15개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NPB) 투수들의 수준은 KBO리그보다 한 단계 위로 평가받는다. 우선 직구 구위가 빼어나다. 소프트뱅크에서는 이날 투수 7명이 등판했는데 이 중 6명이 최고 구속 150㎞ 이상을 찍었다. 더 중요한 건 다양한 변화구 구사력과 제구력이었다. 소프트뱅크 투수들은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삼진은 15개나 잡으면서 두산에 공짜 출루는 한번도 허용하지 않은 비결이었다.
닛칸스포츠는 '소프트뱅크의 올 시즌 필승조 후지이 고야(5회 1이닝 3탈삼진), 마츠모토 유키(6회 1이닝 2탈삼진), 다윈손 에르난데스(8회 1이닝 1실점), 로베르토 오수나(1이닝 2탈삼진)가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후지이와 마츠모토, 오수나는 타자 9명을 무안타 7삼진으로 압도했고, 에르난데스는 8회 선두타자(강승호)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으나 1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시즌은 에르난데스가 왼손 원포인트, 7회 후지이 8회 마츠모토 9회 오수나가 등판하는 게 승리 방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올겨울 타격 개조를 예고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5위를 차지했지만, 타격 성적이 최하위권으로 저조했기 때문. 두산은 지난해 팀 타율 0.255로 9위에 그쳤다. 이 감독은 지난해 수석코치를 맡았던 김한수 코치에게 타격 파트를 맡기고, 새로운 수석코치로 이 감독의 선수 시절 타격 스승이었던 박흥식 코치를 영입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또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4번타자 김재환과는 마무리캠프 동안 이례적으로 1대1 특타를 진행하면서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전은 그런 의미에서 두산에 아주 좋은 예방 주사가 됐다. 이 감독은 경기 결과를 떠나 두산 타자들이 일본에서도 강팀인 소프트뱅크의 주축 타자와 투수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얻어가는 게 더 많길 바랐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아주 좋은 팀이다. 국내 최강팀과 견주어도 더 좋은 팀일 정도니까. 어느 정도 승부가 될지 모르겠으나 선수들이 한번 붙어서 피하지 않고 승부하는 것을 보고 싶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조금 보면서 우리 팀이 지난해보다 조금 힘이 붙었는지 전력적으로 성장했는지 지켜보고 싶다. 한 경기로 사실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좋은 전력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프트뱅크전뿐만 아니라 앞서 일본 미야자키 구춘대회에서 3차례 일본 팀과 상대하는 과정에서도 선수들이 상대팀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성장했길 바랐다.
이 감독은 "세세한 야구, 디테일한 야구는 사일 우리가 공부해야 할 게 조금 많다. (지난달 27일) 세이부 라이온스와 경기할 때도 실책 4개가 나오는 것도 그런 세밀한 야구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또 빠른 야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실책과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 지금 그런 실수를 왜 했는지, 왜 하면 안 되는지 이런 것을 느끼면서 시즌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기분이다. 한번 더 우리가 조금 더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성장하길 바랐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생각도 같았다. 양의지는 이날 팀의 4안타 가운데 2안타를 책임지며 일본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타격을 펼쳤다. 3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하고 스프링캠프 첫 실전을 가볍게 마쳤다.
소프트뱅크 간판타자이자 2015년과 2020년 MVP 출신인 야나기타 유키는 "양의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봤고,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3일) 홈런도 쳤다"며 엄지를 들었다.
양의지는 후배들이 일본 최고 선수들을 상대한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는 경기 뒤 "나도 이제 베테랑이 되면서 국제대회도 나가봤고, 이런 일본팀과 경기를 해보면 좋은 투수를 만나고 좋은 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고 그만큼 기량이 올라가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했다.
투수들의 공이 눈에 익을 만할 때쯤 양의지 외에도 안타를 생산하는 선수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8회에는 강승호가 에르난데스의 시속 144㎞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우중월 솔로포를 날려 일발 장타력을 뽐냈다. 9회에는 앞선 3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던 헨리 라모스가 중전 안타를 치기도 했다.
두산은 이제 일본 미야자키로 돌아가 5일까지 이틀 더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고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일본 팀들과 연습 경기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들은 시범경기로 채워 나가려 한다.
이 감독은 "(시즌 구상이) 70~80% 정도는 됐다. 선발투수 남은 2자리와 마무리투수는 아직이다. 투수들이 경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긴 하다. (김)재환이도 (무릎 부상 관리로) 타석에 많이 서지 못했다. 이제 시범경기 10경기가 있으니까 경기 수는 큰 문제 없을 것 같다"며 남은 20~30%를 잘 채워 나가 보겠다고 다짐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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