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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시선] "보복이 두려워 말 못했다" 반복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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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출전금지 규약에 걸린 오지영이 웜업존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언니가 알게 되면, (나는) 배구를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지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배 A가 결국 실명(이민서)을 공개했다. 언론에 '자신의 실명을 써도 좋다'라며 용기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왜 그동안 오지영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는지,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고 왜 조용하게 팀을 떠났는지 이유도 밝혔다. '보복이 두려워서'였다.

후배 괴롭힘 의혹을 받는 오지영은 자신의 행동이 가혹행위가 아니었다는 증거로 이민서와의 다정했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그가 공개한 대화를 보면 불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오지영은 이민서와 "선후배보다는 자매에 가까웠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민서는 진심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언니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일부러 과하게 답장한 것이다"라며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발로 팀에서 나가는 이유를 언니가 알게 되면 실업팀에서도 배구를 못 할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구단(페퍼저축은행)을 떠나면서도 그는 외부 발설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민서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와 또 다른 피해자 후배 B의 실명은 이듬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밝혀졌다. 상벌위원회에서도 오지영의 이름만 공개되고 피해자들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에선 이민서와 후배 B의 실명이 오르내렸다. 이후 이민서가 이름을 밝힌 이유는 선배의 의혹 부인을 재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상벌위에서 오지영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했을 것이고, 이미 온라인에 자신의 이름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숨을 수는 없었다. 그는 SNS와 언론을 통해 자신을 공개하면서 진실공방을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배구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아직도 괴롭힘 이슈가 남아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가 '선수생활을 더 이상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배구계가 좁다지만, 여전히 권위로 후배를 찍어 누르려는 시도가 있고 후배들은 배구를 포기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현실이 놀랍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의 신분이 무분별하게 공개됐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팀을 나갈 때 외부로 자신의 이름이 외부로 밝혀지지 않길 바라며 퇴단했다. 하지만 사건이 공론화되자마자 실명이 거론됐다. 2차 가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구단이나 연맹 등 신고 및 징계 과정에서 보안이 허술하지 않았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문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배구계 관계자는 "다른 선수단에도 여전히 크고 작은 갈등과 부조리는 남아 있다.하지만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보복이 두려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부조리가 있다면 고쳐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신고 시스템이나 신원의 익명성이 잘 지켜져야 하는데 이번에 피해자들의 정체가 공개되는 걸 보면서 허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말하기 더 두려운 분위기가 형성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배구계는 여전히 좁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부조리에 못 이겨 떠나는 선수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배구계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안에서 곪기만 할 것이 자명하다. 악습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 마련은 좋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노력은 더 필요하다. 철저한 보안이 보장돼야 선수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윤승재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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