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고우석(26)이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도 고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우석은 올겨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9억원)를 받는 조건에 계약했지만,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서 샌디에이고 산하 더블A팀인 샌안토니오 미션스 합류를 통보받았다.
고우석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와타버거필드에서 열린 코퍼스크리스티 훅스(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와 더블A 경기에 1-0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해 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고전하면서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였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5.14에서 6.75까지 치솟았다. 샌안토니오는 1-2로 역전패했다.
고우석은 8회말 선두타자 롤란도 에스피노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이어 제레미 아로초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아로초에게 2루 도루까지 허용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무사 2, 3루 위기에서 퀸시 해밀턴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하지 않고 버티나 싶었는데, 케네디 코로나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아 1-2로 뒤집혔다.
고우석은 1사 1루 미겔 팔마 타석 때 코로나에게 또 한번 2루 도루를 허용하고, 팔마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계속해서 위기를 자초했다. 1사 1, 2루에서 콜린 바버를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유니온트리뷴'은 이날 경기를 총평하면서 '고우석은 1-0으로 앞선 8회 3안타 1볼넷으로 2실점하면서 2번째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고우석은 21구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14개를 기록했다'고 했다. 투구 결과는 나빴지만, 영점이 아예 잡히지 않았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사실 고우석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할 때만 해도 마쓰이 유키와 함께 마무리투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고우석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LG 트윈스 소속으로 354경기에 등판해 139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다. 마쓰이는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였다. NPB 통신 236세이브를 달성했다. 자연히 고우석과 마쓰이의 경쟁 구도를 그렸다.
그러나 고우석은 현재 마이너리그에서도 최고 단계(트리플A)가 아닌 더블A에서도 길을 헤매고 있다. 6경기에 등판해 2패, 1세이브, 8이닝,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삼진 10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단 1개를 허용했다. 영점은 잡혀 있는데 피안타율이 0.343에 이른다. 고우석의 공이 더블A 타자들의 방망이에 쉽게 맞아 나가고 있다는 뜻인데, 결국 구위 문제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수)도 1.63으로 높은 편이다.
결국 구위가 살아나지 않으면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서 당분간 보기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우석은 한국에서 뛸 때도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무기로 삼는 투수였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 자연히 마운드에서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을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할 당시 결국 구위가 살아나야 기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트 감독은 "고우석에게 어려운 시간이 됐을 것이다. 투수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불펜에서 투구하는 것을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빌드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개막 하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될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계속 열심히 노력하라고 전했다.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 AJ 프렐러 단장과 대화하면서 고우석에 대해 캠프에서부터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개선할 점은 있다. 최선의 컨디션을 찾는다면 다시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블A라는 조금 편한 환경에서 구위 회복에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미국 언론은 고우석을 아주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구위를 회복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최근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중요한 이닝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더블A) 4차례 등판에서 활약이 고르진 못했다. 하지만 그의 첫 세이브를 챙기기도 했다. 고우석은 KBO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지난해 11월까지 공을 던지고 넘어왔기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천천히 준비를 해왔다'며 역시나 구위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우석은 당장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쫓길 수 있지만, 샌디에이고 구단은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구위 회복 정도를 확인할 듯하다. 그러다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수혈이 필요할 때 고우석이 자기 컨디션을 되찾았다고 판단되면 콜업을 고려할 예정이다. 고우석은 그때까지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되 구단에서 납득할 수 있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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