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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NO 정장' '성숙' '자신감'...홍명보의 10년 변화 [박순규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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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표팀 감독, 2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표팀 첫 소집 훈련 전 인터뷰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이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대표팀 소집 훈련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양종합운동장=뉴시스
 


흐렸던 하늘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일본 열도를 관통해 폭우를 쏟아낸 제10호 태풍 '산산'이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뒤 열대 저기압으로 변했지만 고양종합운동장의 하늘은 여전히 산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일 오후 4시 45분 고양종합운동장. 이날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첫 경기를 앞둔 홍명보호가 첫 소집 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을 앞두고 갖는 첫 훈련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방송 카메라만 14대 정도, 취재 사진기자 포함해 80여명이 대표팀 첫 소집 훈련 취재를 위해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이날 훈련은 소집 멤버 26명 가운데 주말 리그 경기에 출전한 유럽파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제외한 이재성 엄지성 양민혁 등 19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당초 예정된 훈련 전 인터뷰 시간보다 약간 늦게 미디어를 위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경험을 살려 좋은 결과를 끌어내겠다고 밝히고 있는 홍명보 감독.
고양종합운동장=뉴시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밝았다. 임시감독 체제로 치른 지난 3월 황선홍호, 6월 김도훈호의 훈련에서는 어딘지 비장한 기운이 경기장 한편을 내리눌렀으나 정식 출범한 홍명보호의 첫 훈련에서는 간간히 웃음이 터지는 등 가벼운 분위기를 보였다. 아마도 2월 아시안컵의 갈등을 씻고 3차예선에 진출하면서 어느 정도 부담감을 덜어낸 것도 한 몫했으리라.

이날 언론의 관심은 카리스마 있는 홍명보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한 홍명보 감독의 첫 경기 준비 소감, 대표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에 쏠렸다.

유럽파 이재성과 2년 반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엄지성의 인터뷰에 이어 홍명보 감독이 등장했다. 이재성의 얼굴에는 다소 편안함이 묻어났고 엄지성은 설렘을 보였다. 특유의 장발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10년 만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첫 훈련에 앞서 기자들 앞에선 홍명보 감독은 가급적 진솔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에게 더 다가가겠다고 밝힌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고양종합운동장=뉴시스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흰머리가 늘어난 세월의 연륜과 경험을 더해 더 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0년의 변화로는 흰머리가 는 것이라는 농담도 곁들였지만 패기와 자신감 만을 앞세웠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원숙함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은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설렘도 있었고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한편으론 두려움도 있었다"면서 "실패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보다는 많은 경험에서(두려움이)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다시 이 자리에 올 수 있던 건 축구장 안에서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겨나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다. 감사한 마음도 들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나갈 때와 2002년 한일월드컵에 나갈 때의 마음이 차이나는 것처럼 지금도 (10년 전과 많이 다른) 상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2014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외적인 것도 그렇고 내적인 것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그 때보다는 훨씬 감독으로서 더 성장한 느낌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2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는 홍명보호 선수들./고양종합운동장=박순규 기자
 
 


홍 감독은 2014년 당시 선수들이 소집될 때 양복을 입고 기자들이 대기하는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규율을 세워 지키게 했다. 이번에는 그런 규율이 사라졌다. "당시 양복을 입게 했던 건 옷을 다 입고 넥타이 정리 등으로 거울을 한 번 더 볼 수밖에 없으니 자기가 어떤 마음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선수들이 다 해외에서 오고 있는데 비행기 열 몇 시간을 타고 양복 입고 오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지켜야할 선을 지키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수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칙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선수 처지에서 생각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단면을 보는 듯했다.

실제로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난 밖으로 보여지는 규율을 선호하지 않고 굉장히 자유로운 걸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생활해 본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면서 먼저 다가가겠다는 말을 했다. 이재성은 이날 홍명보 감독이 첫 훈련에 앞서 맛있는 점심을 사줘서 감사했다고 홍 감독의 노력을 뒷받침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두 차례의 9월 A매치를 통해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결의와 자신감을 온몸으로 보였다. 10년 전의 실패를 진솔하게 인정하는 것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한 만큼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인식됐다. 인터뷰 도중 웃음을 보이는 것도, 선수들에게 더 다가가려는 마음도,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대변하는 듯했다.

여론의 살얼음판 위에서 9월 A매치 2경기를 치르는 홍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말했다. "손흥민은 지금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게 왼쪽 사이드에 있으면서 앞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어떤 조합을 맞추는지가 중요하다"면서 "팀 스포츠기 때문에 응집력이 얼마 만큼 있느냐가 재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전술적인 부분도 선수들하고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2일 첫 소집훈련에 이어 3일 오후 7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완전체 훈련을 갖고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의 3차예선 1차전을 치른다. 1차전 후에는 10일 오후 11시 오만에서 원정 2차전을 펼친다. 흐렸던 하늘이 밝아진 것처럼 홍명보호의 앞날도 그렇게 될까.


박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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