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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독 좌절, 슬펐다"던 명장, 왜 '사단'까지 이끌고 전북 지휘봉을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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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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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전북 감독 사가'는 결국 거스 포옛 취임으로 결론 났다.

전북은 24일 포옛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김두현 감독과 상호 계약 해지에 합의한 전북이 국내 지도자를 선임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지도자로 방향을 선회한 뒤 결국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유력 후보로 광주FC 사령탑인 이정효 감독과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에 부임한 윤정환 감독이 거론됐다. 두 감독 모두 K리그1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입증했고, 라커룸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자 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상처를 입은 전북을 재건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든든한 모기업 지원을 받고 있고, 매 시즌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추고 뛰어난 전력을 앞세우는 전북이기에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전북은 장고를 거듭했다. 이 사이 강원FC를 떠난 윤 감독이 인천과 계약했고, 이 감독 역시 광주의 간곡한 의지가 맞물려 잔류 쪽으로 시선이 기울면서 전북 새 사령탑 선임은 안갯 속에 빠져들었다. 전북 역시 국내 지도자에 국한되지 않고 외국인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는 소문이 더해졌다.

포옛 감독은 전북의 외국인 감독 선임 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우루과이 출신인 포옛 감독은 은퇴 후 리즈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수석 코치를 거쳐 2009년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부임 후 4시즌 간 브라이턴을 이끌면서 리그1(3부리그) 우승, 챔피언십(2부리그) 4위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2013년 10월엔 강등권에 허덕이던 선덜랜드 지휘봉을 잡고 잔류에 성공했고, 리그컵 준우승을 거두뒀다.

2015년 선덜랜드에서 물러난 뒤엔 순탄치 않았다. AEK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지휘봉을 잡았으나, 모두 1시즌 만에 물러났다.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하던 그는 2021년 CD우니베르시다드 카톨리카(칠레) 지휘봉을 잡고 우승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이듬해 그리스 대표팀을 맡아 올해까지 지도했다.

포옛 감독은 앞서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축구협회에 감독직 지원서를 넣었고, 큰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면서 포옛 감독의 한국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이후 인터뷰에서 "다른 팀이 그랬다면 괜찮았겠지만 한국이었기에 상처를 받았다. 진심으로 기대했고, 그만큼 가슴이 뛰었기 때문"이라며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후보라 생각했는데 지켜본 결과 화가 났다. 경기를 분석하고자 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U-23(23세 이하 대표팀) 경기도 챙겨봤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진심이었음을 어필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인터뷰 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선임됐다면 100%한국에 거주했을 것"이라며 "연봉에 사실 놀라긴 했지만 돈 때문에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 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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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올해 연봉 총액에서 K리그1 구단 중 1위를 차지했다. 든든한 모기업 후원을 등에 업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빅클럽이다. 그러나 이런 명성이 무색하게 올 시즌 10승12무16패, 승점 42점으로 10위에 그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겨우 1부 잔류에 성공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적극적인 투자를 펼쳤으나 팀 중심이 될 만한 선수보다는 비슷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스쿼드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대 교체도 실패하면서 새 시즌에도 가시밭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2024시즌에 표류하는 과정에서 라커룸 분위기를 다잡고 가는 리더십의 부재도 거론됐다.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전북이 국내 감독 선임으로 단기간 반등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탁월한 장악력과 전술 수립 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능력과 전북이 가진 포텐셜이 시너지를 낸다면 정상 복귀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하지만 전북의 목표는 단순히 K리그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게 단기 반등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제패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춘 전북을 장기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명망 높은 외국인 지도자 아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감독은 적응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언어와 생소한 리그 스타일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전술 색깔에 맞춰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선수를 기용할 수 있고, 해외에서 쌓은 경력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장악하기엔 국내 감독보다 수월한 면도 있다. 전북이 단지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을 노리는 팀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감독의 존재가 소구하는 바도 크다. 전북이 포옛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분석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은 '포옛 감독이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지도자로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쌓은 역경의 경험과 노하우가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또 '특히 축구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며 선수들과 소통하고 포용하는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된 전북 선수단을 건강하게 매니지먼트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도현 단장은 "국내외의 훌륭한 감독 후보 지도자분들이 많으셨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팀의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인 관점을 모두 고려해 수많은 고심 끝에 판단했다"며 "구단의 비전과 철학에 대한 높은 공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장 중요한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으며 포옛 감독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 팀을 대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인상과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만 전북에 오는 게 아니다. 포옛 감독은 전북 취임과 더불어 브라이턴에서 15년 간 함께 했던 수석코치 마우리시오 타리코를 비롯해 불가리스 파나요티스 피지컬 코치, 디에고 포옛 분석코치 등 자신의 사단과 함께 한다. 전북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정조국 코치와 KFA 전임지도자를 맡았던 황희훈 골키퍼 코치를 데려와 국내 선수와 가교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포옛 감독은 "아시아와 K리그 무대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수,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축구는 소통과 신뢰가 전술, 전략보다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신뢰받아 전북현대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포옛 감독은 곧 입국해 율소리 클럽하우스 등을 둘러본 뒤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 내년 1월 2일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단과 함께 출국,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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