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꼭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해서, 일정이 빡빡하네요"
2024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정규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상과 골든글러브를 싹쓸이한 김도영(22·KIA)은 말 그대로 바쁜 겨울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뒤에는 그 여운이 가시지도 않기 전에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해야 했다. 그리고 프리미어12가 끝난 뒤에는 행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매일 각종 시상식에 참여해야 했다. MVP 수상 후에는 언론 인터뷰도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12월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한 시즌을 내내 달렸으니 휴식도 필요하고, 나름대로 마무리 운동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빡빡한 일정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다음 시즌 준비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김도영은 할 것은 다 하고 있었다.
12월 말 마지막 개인 일정을 마친 날, 김도영은 오전에 광주에서 훈련을 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행사 일정이 이어지면 서울에 숙소를 잡아두고 거주하는 지방 선수들도 적지 않지만, 김도영은 굳이 '당일치기' 일정을 선택했다. 몸이 피곤할 수는 있지만 훈련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친 김도영은 "막차를 타고 다시 광주로 내려간다"고 빙그레 웃었다. 김도영은 "내일도 훈련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훈련을 빠뜨린 날은 없었다. 지난해 성적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선수의 의지와 절박함이 묻어 나왔다. 다행히 그렇게 꾸준하게 훈련을 한 덕에 비시즌 일정은 김도영의 생각대로 흘러갔다. 12월에 기초 공사를 탄탄하게 했으니, 1월에는 페이스를 끌어올려 캠프 합류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손가락을 다쳐 방망이도 잡지 못하고, 캐치볼도 금지됐던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사정이 훨씬 낫기도 하다.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타오른다. 성공을 해보니, 그 성공을 지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2025년 첫 목표는 지난해와 같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다. 그리고 부족했던 점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들 생각이다. 아무래도 공격보다는 수비다.
김도영은 지난해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 14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67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격 성적과 함께 MVP로 직행했다. 사실 공격 성적은 이보다 더 좋기가 쉽지 않다. 유지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반대로 수비는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김도영은 지난해 30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실책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요령이 생기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로만 뛰었다. 유격수와 3루수는 바운드 자체가 다르다. 유격수 방면 타구는 바운드가 될수록 타구 속도가 죽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강한 타구가 더 많은 3루쪽 타구는 바운드가 되는 순간 타구가 살아서 튄다. 김도영의 실책 상당수는 대시 타이밍이나 바운드 타이밍을 머뭇거리다가 나온 것이었다. 지난해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올해는 더 안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선수도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있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 때부터 스타트 자세를 조금 바꿨다. 그렇게 방식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고, 계속 그렇게 한다면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도 폭발적인 만큼 2025년 김도영의 수비 성장기에도 기대가 걸린다. 김도영도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 최소 4년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지금 당장의 김도영이 아닌, 앞으로 4년간 성장해 나갈 김도영의 과정을 눈에 담을 것이다. 공격력과 운동 능력은 이미 증명이 끝났다. 수비에서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리포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더 완벽한 선수로 가기 위하 김도영의 노력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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