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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배구' 하려고 21억이나 썼는데, 그 돈 아낀 팀에 밀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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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풀고 있는 IBK 이소영.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봄 배구 위해 21억원이나 썼는데, 그 돈 아낀 팀한테 밀리면 어떻게 하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대형 FA 이적 하나로, IBK 기업은행과 정관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관장은 14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기업은행과의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이겼다. 구단 창단 후 최다인 10연승을 달렸다.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였다. 그래서 고희진 감독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첫 두 세트를 따고 쉽게 승점 3점을 얻었어야 할 경기인데, 3세트와 4세트를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래도 5세트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연승 기록을 이어간 걸로 의미가 있었다.

또 하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기업은행과의 승점 차를 벌린 것도 소득이었다. 여자부는 3위와 4위팀의 승점이 3점 이내일 때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그런데 3위 정관장과 4위 기업은행의 승점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다. 정관장은 무서운 상승세로 아래 기업은행이 아닌, 위에 있는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바라보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금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승점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


27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1세트 서브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IBK기업은행 이소영. 화성=송정헌 기자
 
 
 
 
양팀 경기가 또 주목을 받은 건, 기업은행 이소영의 시즌 첫 선발 경기가 이날 정관장전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명장 김호철 감독 부임 후에도 '봄 배구' 연속 탈락의 아픔을 겪은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기필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며 FA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했다. 정관장의 주포 이소영을 데려오기 위해 3년 총액 21억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소영은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된 활약을 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친정팀과의 경기에 처음 선발로 출격했다.

이소영은 이날 13득점을 하며 분전했지만,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느낌을 주는 장면이 많았다. 공격에서 이전 가장 좋았을 때의 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빅토리아가 혼자 41득점을 몰아치는 등 애를 썼지만, 다른 지원사격이 부족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표승주를 격려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정관장은 이소영을 떠나보내며 보상 선수로 표승주를 받아왔다. 이게 오히려 '대박'이다. 표승주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살림꾼' 역할로 고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관장은 어차파 메가, 부키리치 쌍포가 있기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보다 수비와 리시브에 특화된 선수가 필요했다. '원팀' 조화 속 10연승 주역 중 하나가 바로 보상 선수 표승주다.

결과론적으로 정관장은 21억원을 아끼고,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해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야심차게 데려온 선수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힘겨운 순위 싸움을 해야하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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