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부성.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야구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신인 언더핸드 투수 박부성(25)은 지난해 9월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했다. 11라운드 마지막 순번까지 그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동의대 3학년 때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까지 마친 그는 “올해(2024년)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지명 안 되고 나서 슬프기도 한데 후련한 마음이 컸다.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며칠 뒤 그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한화 스카우트 팀에서 육성선수 테스트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테스트 당일에 연락을 받으면서 오후 1시30분에 동의대 코치 차를 타고 부산 기숙사에서 한화 2군 훈련장이 있는 서산으로 4시간을 이동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서산에 도착했고, 어떻게 던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20개의 피칭을 하고 나서 돌아갔다.
그 다음날 다시 박부성에게 전화가 왔다. “계약을 하자”는 한화 구단의 연락을 받곤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 “추석 연휴 집에 누워 있는데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방문 밖에서 ‘밥 먹어’라는 어머니의 말 듣고 나서 실감이 났다. 그날 가족들이 다 좋아했다”는 게 박부성의 회상이다.
배명고-동의대 출신의 186m, 85kg 언더핸드 투수 박부성은 지난해 대학 16경기(63이닝) 6승3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40개를 기록했다. 7월 열린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MVP를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군대에 다녀온 뒤 볼에 힘이 붙었다. 정대현 코치님과 같이 하며 언더핸드로서 자기 걸 찾았고, 제구도 좋아졌다. 테스트할 때도 볼이 괜찮았다. 기량이 계속 향상 중이고,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며 육성선수로 영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동의대 시절 박부성. /박부성 본인 제공
박부성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팔을 내려 던졌다. 그 전까지 몸이 왜소하고 힘도 없어 이도 저도 아닌 선수였고, 고등학교도 갈 곳이 없었다. 그때 겨울에 혼자 중학교에 남아 연습했는데 우연히 정대현 코치님 삼진 모음집 영상을 봤다. 그래도 몸이 유연한 편이라 코치님 영상을 보며 언더핸드로 혼자 벽에 던지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 수석 및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정대현 코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투수였다. 그렇게 영상으로 보며 동경해온 존재를 동의대 진학 후 코치로 만났다. “진짜 신기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코치님의 모든 것을 다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했다”는 박부성은 “코치님이 저한테 유독 엄하셨지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피드보다 제구를 엄청 중시하셨고, 투심을 던지는 방법과 느낌도 가르쳐주셨다. 처음 싱커를 던질 때는 전부 땅에 꽂히고 그랬는데 코치님이 삼성으로 가신 뒤부터 감이 잡혔다. 주자가 나가도 투심을 던져 땅볼로 아웃 잡는 재미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남들보다 늦은 25세의 나이에 신인이 된 것은 대학 때 군대를 갔기 때문이다. 기량이 정체된 것을 느낀 3학년 때 정보명 당시 동의대 감독 권유로 군입대했다. 31사단 해안 경계병으로 복무하며 또 다른 경험도 쌓았다. 박부성은 “야구를 잠시 떠나면서 이전까지 결과를 너무 의식한 것이 아쉬웠다. 전역한 뒤에는 과감하게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했다”며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제 야구만 하면 된다. 다른 신인 선수들은 1~2년 바라보고 천천히 할 수도 있지만 전 빨리 뭔가 보여줘야 한다. 빨리 1군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동의대 시절 박부성. /박부성 본인 제공
군복무를 하면서 이름도 원래 쓰던 ‘동원’에서 지금의 ‘부성’으로 바꿨다. 믿을 부(孚), 밝을 성(晟) 자로 ‘자신을 믿으면 밝은 미래가 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드래프트 지명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육성선수로 프로에 왔다. 육성선수 신분에도 불구하고 현장 평가가 좋아 즉시 전력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팀 내 언더핸드 투수가 부족한 한화에 박부성이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박부성은 프로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승리나 세이브 투수가 되는 것도 있지만 사촌 형하고 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사촌형은 신인왕 출신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를 두 차례 받은 NC 프랜차이즈 스타 박민우. 7살 차이 나는 사촌 형제 관계다. 지난해 5월 박민우가 어깨 통증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갔을 때 동의대와 연습경기에 박부성이 투수로 나서 한 차례 붙은 바 있다.
당시 박민우를 3루 땅볼 처리한 박부성은 “민우 형이 봐준 것 같다”며 웃은 뒤 “프로에서도 형을 상대로 아웃을 잡고 싶다. 초구는 직구로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 박민우를 상대하기 위해선 1군에서 핵심 투수가 돼야 한다. 박부성이 그 정도로 성장한다면 사촌 형제 대결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화 박부성.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석우 기자] NC 박민우. 2025.01.03 /
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