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이 세리에A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신뢰성은 높지 않지만 손흥민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현재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 나폴리로 손흥민을 부르고 있다는 소식이 나와서다.
나폴리가 최근 팀을 떠난 레프트윙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대체자를 찾고 있으며, 그 대체자 명단에 손흥민이 포함되어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손흥민을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만들어준 콘테 감독이 손흥민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은 걸까.
나폴리 소식을 주로 전하는 매체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나폴리가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떠난 흐비차 크바르츠헬리아의 대체자를 찾는 가운데, 손흥민이 영입 명단 리스트에 포함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나왔다"면서 손흥민의 이적설에 불을 지폈다.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이 요구하는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449억원) 수준이다.
매체는 나폴리 입장에서 손흥민의 연봉은 큰 부담이 아니며, 크바라츠헬리아가 받던 유사한 조건으로 손흥민을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에서 받고 있는 연봉을 약 650만 유로(약 97억원)로 추산하면서 이 역시 나폴리가 감당 가능한 수준임을 주장했다.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크바라츠헬리아의 PSG 이적은 현재 세리에A 1위를 달리고 있는 나폴리 입장에서 치명적인 손실이다. 리그 순위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 크바라츠헬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톱클래스 윙어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토트넘의 손흥민이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현재 32세인 손흥민은 토트넘과 1년 더 동행하기로 해 2026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현재 기량 하락과 팀의 부진한 성적으로 1년 연장 계약 이후에도 꾸준히 이적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나폴리 감독인 콘테와 손흥민의 깊은 인연 역시 매체가 주목한 점이다.
손흥민은 과거 콘테 감독이 토트넘을 지휘하던 시절인 2021-2022시즌 콘테의 역습 전술에 힘입어 아시아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꿰찬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토트넘도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경질했으나 콘테 감독을 2021년 가을에 데려온 뒤 반등에 성공,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올랐다.
심지어 당시 콘테 감독은 손흥민이 자신의 딸에게 완벽한 남편이 될 것 같다면서 "손흥민을 자신의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다"라는 등 애정 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32세의 손흥민이 나폴리로의 이적을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흥민은 올 초만 해도 보스만 룰에 의해 자유계약 자격을 얻어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다양한 빅 클럽으로의 이적설에 휘말렸다. 하지만 이적설에 동요한 토트넘 구단이 발빠르게 이전 계약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며 이적설을 일단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연장 옵션이 손흥민을 2026년까지 팀에 남기겠다는 의도가 아닌 선수 판매를 통한 수익화 목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토트넘의 이적시장 활동 이력과 회장 다니엘 레비의 운영 기조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토트넘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손흥민의 이적설은 재점화됐다.
토트넘은 20일 프리미어리그 이번 시즌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최근 강등 위기인 에버턴에게 2-3으로 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근 6경기에서 5번째 패배를 당했다.
에버턴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었다. 이미 결과가 난 듯한 전반전을 뒤집기 위해 후반전에 고군분투했지만 두 골을 넣는 데 그치며 경기는 2-3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계속해서 프리미어리그 무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은 이번 시즌 단 7승만을 기록하며 강등권 최상위인 18위 입스위치와의 승점 차 8점에서 벌리지 못하고 있다.
선두와의 승점 차보다 강등권과의 승점 차가 더 적은 현실은 토트넘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최근 손흥민을 향한 토트넘 현지 팬들의 욕설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버턴 원정 경기 종료 후 경기장에 응원 온 현지 팬들을 향해 인사하러 다가간 주장 손흥민을 향해 토트넘 현지 팬들이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에는 토트넘 팬들이 경기 후 주장 손흥민을 향해 "재수 없는 XX(Wanker)! 꺼져(Fuxx off)!"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다.
그럼에도 캡틴 손흥민은 자신을 조롱하는 팬들을 향해 가슴을 치며 사과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이후 뒤돌아선 손흥민은 눈물을 훔치는 듯 보였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를 안아주었다.
심지어 경기 후 SNS에는 부진하고 있는 손흥민 대신에 2007년생 유망주 마이키 무어을 선발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무어는 이번 에버턴전 후반 28분 교체 투입 후 히샬리송 득점에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경기 내내 어떠한 공격포인트도 쌓지 못한 것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도움을 기록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손흥민을 향한 최근 맹목적인 비난은 손흥민의 이적설이 다시금 떠오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이러한 토트넘 팬들의 태도에 대해 "손흥민이 이적을 요청해도 놀라지 마라"면서 토트넘 팬이라면 현재 손흥민이 구단과 팬들로부터 받는 대우를 감안해 그가 팀을 떠나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부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19경기 6골 6도움이라는 기록을 작성 중이다"라며 손흥민을 향한 비난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손흥민은 10년 가까이 토트넘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토트넘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기 위해 애써왔지만 현지 팬들은 그 사실을 잊은 듯 하다"라고 현지 팬들을 비판했다.
손흥민이 나폴리로 이적한다면 10년동안 토트넘에서 뛰면서 트로피를 단 한 개도 들어올리지 못한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소식을 전한 매체가 나폴리 팬심이 가득한 곳이어서 손흥민이 나폴리로 와줬으면 하는 단순 바람을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 이면엔 팬들의 토트넘에 대한 실망, 손흥민에 대한 푸대접에 따른 반감 등이 적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UCN/연합뉴스/SNS
윤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