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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은퇴가 말이 안 된다... 적장도 충격 받은 '파괴력'

드루와 0

37세 은퇴 선언 선수, 여전히 독보적인 최고 기량-흥행 메이커

 

 

▲  김연경 선수, 2024-2025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모습(2025.3.31)
ⓒ 박진철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왜 저런 선수가 은퇴를 하나..."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배구 관계자, 팬, 언론 가릴 것 없이 반응은 똑같다. '배구 황제' 김연경(37·192cm) 얘기다.

지난 2일 경기에서 김연경의 엄청난 활약으로 그런 반응들이 더욱 폭발하고 있다.

김연경은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흥국생명-정관장 경기에서 패색이 짙었던 팀을 멱살 잡고 끌고가면서 기어이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김연경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1~2세트를 모두 내주고, 3세트도 막판까지 20-22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정관장 선수들의 경기력과 기세가 워낙 좋았고, 흥국생명은 공격과 수비력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1~2세트 잠잠했던 김연경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김연경은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키며 21-22로 만든 뒤, 후위로 가서 서브를 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연속 5득점을 올리며 25-22로 세트를 따냈다.

김연경의 모든 서브가 빠르고 예리하게 들어가면서 정관장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그 여파로 주 공격수인 메가(26·185cm), 부키리치(26·198cm)가 공격 범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4~5세트는 김연경의 독무대였다.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대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4세트에만 공격성공률 75%, 리시브 효율 50%를 기록했다. 5세트는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6득점을 몰아치며 공격성공률도 67%에 달했다.

김연경은 5세트에서 이고은(30·170cm) 세터에게 "나에게 공 다 올려"라고 주문했고, 전성기 때와 똑같은 공격 파워와 타점으로 상대 코트에 맹폭을 가했다. 득점을 성공할 때마다 관중석을 향해 강력히 포효했고,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열광했다. 기세에 눌린 정관장 선수들은 범실을 남발하며 무너졌다. 그렇게 리버스 스윕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이날 경기 직후 양 팀 감독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김연경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놀라움과 감탄을 쏟아냈다.

아본단자(55)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이 없었으면 이기기 어려웠던 경기였다"며 "은퇴를 앞둔 선수지만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줬다. 정말 팀을 안고, 지고 갔다"고 감탄했다.

적장인 고희진(45) 정관장 감독은 김연경을 향해 감탄을 넘어 충격을 받은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5세트의 김연경은 정말 대단했다. 정관장에서 3년 감독을 하면서 본 것 중 가장 좋은 타점과 각도가 나왔다. 그 정도로 때릴 줄은 몰랐다. 그걸 정호영과 메가에게 잡으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서 마지막 차이가 났다"고 했다.

고 감독은 또 김연경의 활약을 보면서 과거 남자배구 삼성화재 왕조 시절 '괴물 공격수' 레오(206cm·쿠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레오는 현재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로 활약 중이다.

고 감독은 "오늘 흥국생명과 1세트부터 5세트까지 오더 싸움을 했고, 다 우리 계산대로 맞아떨어졌는데도 못 당해냈다. 그만큼 김연경이 대단했다"며 "과거 삼성화재 레오가 현대캐피탈의 블로커 3명이 붙어도 다 뚫고 득점을 올렸던 때가 생각났다. 김연경이 그 정도로 해줄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레오와 고희진 감독은 2012-202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3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팀 동료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면서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 2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레오는 3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할 정도로 독보적인 공격력과 존재감으로 '상성화재 왕조' 시대를 주도했다. 때문에 레오는 OK저축은행 외국인 선수였던 시몬(206cm·쿠바)과 함께 V리그 역사상 남자배구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고희진 감독의 설명은 쉽게 요약하면, '다 이긴' 경기였는데 올해 37세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이 '삼성화재 왕조 시절 괴물 공격수' 레오처럼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대역전패를 당했다는 뜻이다. 은퇴를 앞둔 김연경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충격'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은퇴 선언 뒤 '전성기 때 폭발력'... 메가 "왜 은퇴해요?"

더 놀라운 점은 김연경의 활약이 비단 챔피언결정전에서 그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 시즌 6개월 동안 펼쳐전 정규리그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김연경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전체 선수 중에 공격 효율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공격 효율 37.04%를 기록했다. 2위인 메가 30.86%와도 큰 격차다.

공격 효율은 공격수의 실속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특히 공격과 수비에 모두 참여하는 아웃사이드 히터인 김연경이 공격만 전담하는 아포짓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공격 효율 1위를 했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다.

그뿐이 아니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2위, 리시브 효율 2위를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 모두 최고의 기량임을 입증했다. 특히 서브 리시브 부문에선 V리그 최고 리베로인 임명옥(39) 다음 순위였다.

배구계, 팬,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김연경의 기량만 보면, 은퇴 자체가 말이 안된다', '앞으로도 2~3년은 거뜬히 V리그 최고 선수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함께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정관장 아시아쿼터 선수인 메가는 지난 3월 1일 은퇴 투어 경기 직후 김연경을 따로 만나 선물을 건네주면서 "지금도 잘하는데 왜 은퇴를 하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독보적 흥행 메이커... 은퇴 시즌에 더 큰 '존재감'

▲  6000석 만원 관중-흥국생명 쩔쭉 응원단 모습... 2024-2025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흥국생명-정관장 경기(2025.3.31)
ⓒ 박진철


김연경은 기량뿐만 아니라, V리그에서 독보적인 '흥행 메이커'이기도 하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도 '김연경 효과'에 힘입어 평균 시청률과 홈구장 평균 관중 모두 남녀 14개 팀을 통틀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김연경의 존재감은 여자배구 전체의 고공 시청률로 직결된다. 실제로 올 시즌 여자배구의 정규리그 전체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1.2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 1.17%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또한 역대 V리그 정규리그 평균 시청률 2위 기록이다.

역대 정규리그 평균 시청률 1위는 김연경이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V리그로 복귀했던 2020-2021시즌이다. 당시 여자배구의 평균 시청률은 1.23%였다. 평균 시청률 1위가 김연경의 V리그 복귀 시즌, 2위가 김연경의 은퇴 시즌이라는 점을 봐도 흥행 메이커로서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관중 동원 측면에선 비교 대상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올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남녀 배구를 통틀어 '최다 관중 경기' 1위부터 17위까지가 모두 흥국생명이 출전한 경기였다.

흥국생명은 홈구장 평균 관중에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1위 흥국생명 4331명, 2위 우리카드 2873명, 3위 현대캐피탈 2870명, 4위 GS칼텍스 2382명, 5위 정관장 2263명 순이었다.

팬들 "화려한 라스트 바라지만, 그날 안 왔으면"

김연경은 지난 2월 13일 "올 시즌이 끝나면, 팀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은퇴 이유에 대해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항상 최고의 기량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었는데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김연경의 선택을 모두가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럼에도 배구계, 팬들은 아쉽고 황망한 마음도 가득하다. 김연경의 화려한 플레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김연경의 은퇴 선언 이후 흥국생명 경기가 경기장 규모, 주말과 평일 경기를 가리지 않고 '매진 열풍'이 계속되는 이유이다. 이 열풍도 이제 단 1경기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5차전까지 간다고 해도 3경기뿐이다.

김연경 팬들은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으로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동시에 갖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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