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솔, 프랑스·아제르바이잔 리그 진출... 이진, 몽골 리그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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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솔, 2024-2025시즌 프랑스 2부 리그 경기 모습 |
| ⓒ 생샤몽 구단 SNS |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고독한 해외 리그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배구팬들로부터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받고 있다.
여자배구 구솔(24·181cm)과 이진(24·173cm) 선수 이야기다.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리그의 아제라일 바쿠(Azerrail Baku) 팀은 구단 SNS를 통해 구솔 선수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배구 커뮤니티 등에서 구솔 선수를 향해 "진짜 멋지다", "응원한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팬들은 국내 V리그에서 실패에 굴하지 않고, 더 험난한 해외 리그에서 꿋꿋하게 도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구솔은 고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신 세터'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인 V리그에서 2번이나 방출될 정도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구솔은 선명여고 2학년 때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정호영(현 정관장), 박은진(현 정관장)과 함께 전국 대회 4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무패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여자 고교 배구의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3학년 때 부상으로 불운이 시작했다. 전반기에는 대회에 아예 출전하지 못했고, 후반기에는 팀의 필요에 따라 세터와 미들블로커를 병행했다. 그러면서 세터로서 성장이 정체되고, 혼란만 가중됐다.
그 여파는 프로 무대인 V리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구솔은 2019년 9월에 실시된 2019-2020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참 후순위인 3라운드 1순위로 정관장 팀에 지명됐다.
그리고 단 2경기 출전에 그쳤고, 1시즌만 마치고 곧바로 자유신분선수로 방출됐다. 때문에 구솔은 실업팀인 양산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다행히 2번째 프로 진출 기회가 찾아왔다.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에서 영입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2021-2022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페퍼저축은행에서 뛰었다. 그러나 주전 세터 경쟁에서 밀려났고, 주로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팀 성적도 2시즌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결국 2시즌 만인 2023년 6월에 또다시 자유신분선수로 방출됐다.
V리그 2번의 방출... 예상 깨고 과감한 '해외 리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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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솔, 2024-2025시즌 프랑스 2부 리그 경기 모습 |
| ⓒ 생샤몽 구단 SNS |
이런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시 실업팀으로 가거나 은퇴를 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구솔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과감하게 해외 리그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9월 프랑스 2부 리그의 생샤몽(Saint-Chamond) 팀은 구단 SNS를 통해 구솔 영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도 팬들도 주목하지 않았다. 2부 리그인데다, 험난한 해외 리그 생활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1년만 하다 포기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그럼에도 구솔은 지난 시즌 생샤몽 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V리그 때보다 전반적으로 기량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토스가 유럽 스타일처럼 힘이 있고 빠르고 높아졌다. 안정감도 한결 나아졌다.
구솔은 올 시즌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제라일 바쿠 팀은 2022-202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아제르바이잔 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강팀이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였던 눗사라(169cm)도 2015-2016시즌에 아제라일 바쿠 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한국 선수로는 김사니(182cm)가 2013-2014시즌에 아제르바이잔 리그 로코모티브 바쿠(Lokomotiv Baku)에서 뛰었다. 김사니는 김연경과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4강 신화를 달성한 주역이다.
아제르바이잔 리그는 2012-2013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유럽 4대 빅 리그에 속할 정도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뛰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제르바이잔 리그 팀이 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2017시즌 이후부터 계속 쇠락하면서 현재는 중하위권 리그로 내려갔다.
이진, '목포여상 출신' 인쿠시와 팀 동료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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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 2024-2025시즌 몽골 리그 경기 모습 |
| ⓒ 몽골 배구협회 SNS |
이진도 구솔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두 선수는 V리그 출발선부터 똑같았다. 이진은 2019-2020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구솔 바로 다음 순번인 3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됐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에서 2019-2020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4시즌 동안 백업 세터에 그쳤다. 유일하게 2021-2022시즌만 김하경(IBK기업은행)의 백업 세터로 자주 투입됐고, 나머지 3시즌은 경기에 출전조차 거의 못했다. 결국 2023년 6월에 자유신분선수로 방출됐다.
이진은 2023-2024시즌부터 현재까지 실업 리그 대구시청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겨울 동안 몽골 리그에서 뛰었다. 2024-2025시즌 몽골 리그 에나꼬레(Enacoree) 팀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노력했다. 특히 팀 동료인 인쿠시(20·179cm)와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호흡은 수준급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인 쿠시는 몽골 출신으로 목포여상으로 배구 유학을 온 선수다. 한국으로 귀화를 통해 V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목포과학대에 진학했고, 올해 상반기 여자배구 대학 리그(U-리그)에서도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대학 리그 득점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며,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
구솔·이진, '김연경 MBC 배구 예능' 참가 가능성
한편, 구솔과 이진은 현재 공개적으로 선수 모집을 실시하고 있는 MBC 신규 예능 프로그램에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MBC가 '배구 황제' 김연경(37·192cm)이 감독으로 현재 프로팀 선수가 아닌 실업팀 선수, 은퇴 선수,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배구 유망주 등을 모집해서 강도 높고 체계적인 훈련과 육성을 통해 프로팀에 진출할 기회를 주기 위한 신규 '배구 예능'이다. 또한 단순한 프로팀 진출을 뛰어넘어 더 큰 도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7월 10일까지 선수 신청을 받고, 7월 12~13일 이틀 동안 트라이아웃을 통해 '팀 연경'의 선수들을 최종 선발한다.
구솔과 이진이 이번 예능 프로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배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