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와 함께 4위→6위…떠난 뒤 서울, '기동 매직'은 언제쯤?

서울 떠나는 린가드. 연합뉴스

'최고 경력 외인' 제시 린가드와 이별한 K리그1 FC서울에게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 새 시즌 전력 구상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린가드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시티(호주)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을 끝으로 서울과 작별했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팀에서 성장한 린가드는 성인팀에 데뷔해 공식전 200경기 이상을 뛰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스타 선수다. 지난해 2월 서울에 입단한 그는 K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 경력을 갖춘 선수로 꼽힌다.

많은 관심을 모으며 서울에 합류한 그는 첫해부터 K리그1 26경기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빠르게 적응했고, 올 시즌에는 34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올려 프로 데뷔 이후 첫 정규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또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올 시즌 기회 창출 86회로 이동경(울산·107회)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를 기록했고, 90분당 기회 창출 3.0회로 리그 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ACLE에서도 6경기 3골 3도움으로 활약했으며, 특히 올 시즌에는 주장을 맡아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린가드와의 결별은 서울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린가드는 측면에서 리듬을 찾는 선수지만, 하프 스페이스에서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역할을 조정했다"며 "미드필드 연결과 공 다루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 전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시절 여러 구설로 '악동' 이미지가 따라다녔던 린가드는 K리그에서는 오히려 프로다운 태도로 팬들과 적극 소통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후반부부터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 내 실질적 리더 역할까지 수행했다.

김 감독은 린가드와의 일화를 전하며 "정말 피곤했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늘 제 방을 찾아왔다. 전술, 경기 준비, 선발 여부까지 하나하나 논의하려 했다"며 "그만큼 소통에 적극적인 선수였다"고 말했다.

고별전 마친 린가드. 연합뉴스

린가드의 이탈은 단순한 2선 자원의 공백을 넘어 팀 운영 방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김 감독의 서울은 린가드를 중심축으로 공격 구조를 설계해 왔다.

김 감독은 "동계훈련을 통해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며 해법을 찾겠다. 강화부에서도 좋은 자원을 파악 중"이라며 "한국 선수들도 린가드처럼 제 방을 찾아와 자신을 어필하길 바란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전체를 돌아보며 그는 "상위권 경쟁의 흐름을 이어가야 할 시점에 여러 문제로 기세를 잇지 못했다. ACLE에서도 잡아야 할 경기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내년에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린가드 합류와 동시에 서울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은 어느덧 서울에서의 3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시즌 성적은 린가드의 존재만으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2024년 4위, 2025년 6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포항 사령탑 시절 부족한 지원에도 꾸준히 성적을 내며 '기동 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아쉬운 성적으로 팬들에게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린가드가 없는 다음 시즌 반전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조휘 기자